"위기 극복해 내는 것이 CEO 역할" 강력한 실행력ㆍ책임론 언급
'후계자' 신유열 전무에 취재진 이목 집중…묵묵부답 속 옅은 미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신 회장은 또한 국내 유망 스타트업 쇼케이스에 직접 참석해 '신사업 발굴'에 힘을 싣는가 하면 계열사 경영진들에게 강력한 실행력과 책임감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이날 오후 1시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4 하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 ; 옛 사장단 회의)’에 참석해 “혁신하지 않는 기업은 선두 지위를 잃어버리게 된다”면서 “고객과 시장 대응을 위해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참석자들에게 요청했다.
신 회장의 관심은 '미래 먹거리'로도 이어졌다.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 경영진들은 이날 회의 전 '롯데 인베스트먼트 쇼케이스(Investment Showcase)'에 방문해 유망 스타트업 16곳 제품과 신기술을 체험하고 투자ㆍ협업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 회장은 “유망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것은 새로운 성장의 씨앗을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 회장과 지주 대표이사와 실장, 사업군 총괄대표, 계열사 대표 등 롯데 경영진 80여 명은 매년 1월과 7월이 되면 정례적으로 그룹 경영방침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한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여느 때보다 심각한 분위기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금리ㆍ고물가 장기화 속 대내외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롯데그룹이 주력사업 부진 여파로 재계순위 6위로 밀려나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2만4000원대로 내려앉은 주가도 뼈아프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 회장은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 △글로벌 사업에서의 수익성 제고 △바이오ㆍ배터리 등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 사업 확대 △재무 건전성 관리를 하반기 경영방침으로 제시했다. 다만 재무 측면에서는 "고금리, 지정학적 이슈 등 외부 리스크가 확대된 만큼 주요 투자 의사결정 시 보다 면밀하고 철저한 사업성 검토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신 회장은 롯데 경영진들에게 강력한 리더십과 책임감을 재차 강조했다. 신 회장은 “경영방침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며 “CEO들은 회사 경영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인 자세로 미래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는 지난달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승계절차가 본격화된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신동빈 회장 장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번에는 정문을 통해 처음으로 입장해 취재진들의 관심과 질문이 집중됐다. 신 전무는 신사업 추진 현황 등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질문에 대해 조용히 옅은 미소로 일관하며 회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회의에서도 신 전무의 별도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