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구도가 어지럽게 출렁거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대선 후보 공식 지명 절차를 앞두고 민주당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6월 27일 첫 TV토론, 7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에 이어 또 터진 초대형 돌발 변수다. 미 현역 대통령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뒤 사퇴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1952년 해리 S. 트루먼, 1968년 린든 B. 존슨 당시 대통령이 중도 포기했지만 모두 경선 전에 하차했다.
바이든은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 의무를 다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가장 큰 이익이 된다고 믿는다”면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체 후보로 공식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바이든은 지난달 TV토론 이후 인지력 등 건강 논란이 커지면서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 대선 판도를 가를 경합주 등의 여론조사가 열세로 돌아서고 기부금이 급격히 줄어든 부담도 컸다.
‘전·현직 리턴매치’ 무산에 따라 대선 구도의 급변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측은 바이든에게 초점을 맞췄던 선거운동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바이든이 힘을 실어준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주자로 선출될 경우 기존 ‘노노’(老老)에서 성·세대·인종 간 대결로 선거 구도가 180도 바뀌게 된다. 미국 의회 전문매체 더힐이 최근 67개 여론조사를 종합 분석한 결과 해리스(45.4%)와 트럼프(47.4%)는 박빙이다. 다만 적어도 현재로선 해리스가 반드시 바이든의 대안이 되리라고 예단할 수 없다. 미 양대 정당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수읽기에 나설 것이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은 미 정치권과 유권자만이 아니다. 국제사회도 속이 타들어 간다. 글로벌 리더십의 윤곽을 점치기 어렵게 된 까닭이다. 우크라이나,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으로 가뜩이나 국제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이다. 지구촌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차기 미 대통령이 잘 보이지 않으니 다들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동북아 지정학을 생각하면 대한민국이야말로 긴장의 끈을 조이고, 또 조여야 한다. 특히 경제·안보 파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북한 변수부터 만만치 않다. 트럼프는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분을 과시했다.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도 했다. 반면 해리스는 대북 원칙론자다. 지난해 9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있어 우리는 매우 분명하고 일치된 입장”이라고 했다.
두 대선 캠프는 경제 관점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트럼프는 고율 관세 부과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칩스법) 축소·폐지를 언급하기도 했다. 해리스는 ‘바이든 노믹스’를 옹호하면서 IRA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왔다. 국내 자동차·반도체 기업의 손익계산서가 미 대선 결과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 대선과 함께 우리 국부와 국익도 출렁거리는 셈이다. ‘바이든 레임덕’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정부와 민간이 이중, 삼중의 대책을 마련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