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위 "비정형 영상데이터 특성 맞는 활용 기준 법제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가명 처리되지 않은 원본 영상 데이터도 자율주행 차량 학습에 활용될 수 있다며 개인정보법이 자율주행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일각의 우려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고낙준 신기술개인정보과장은 23일 오후 언론 브리핑에서 "자율주행과 배달 로봇은 주행 과정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보행자의 위치나 진행 방향 이런 것들을 판단하기 위해 카메라를 통한 영상 촬영이 불가피하다"면서 "지난해 개인정보보호법 25조의 2가 신설돼 주행 과정에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2월부터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 등을 위해 영상 원본이 필요한 경우, '규제 모래 상자 실증특례' 제도를 통해 일정한 안전 조치 조건을 부과하고, 이를 준수하는 사업자에게 영상 원본을 허용했다.
자율 주행 차량이 촬영한 영상 중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원본 영상을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 6월까지 △뉴빌리티 △우아한형제들 △포티투닷 △카카오모빌리티 등 국내 4개 업체가 실증 특례 승인을 받았다.
고낙준 과장은 "보행자의 얼굴 시선 방향 등은 가명처리된 영상에서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특수한 영역에서 이런 원본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업계에서 이런 부분을 계속 요구를 해왔고, 고민하다가 충분한 수준의 안전 조치를 한다면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원본 데이터 사용을 실증 특례 허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자율주행차에 카메라 8~10대가 탑재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시범 운영 단계로, 운행 중 촬영되는 데이터가 워낙 많으므로 정상적으로 운영을 완료한 데이터는 보통 삭제된다. 사건사고 등 특이사항이 있는 비정형 데이터를 위주로 데이터 학습이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학습된 데이터는 비인가자의 접근을 통제하고, 제 3자의 제공을 금지하는 등의 안전 조치가 의무화됐다. 또 해당 데이터를 자율주행을 제외한 또 다른 AI 학습에 활용할 수 없다.
현재 미국, EU 등 주요국에서는 촬영된 영상을 외부에 전송하거나 제품 개선 및 연구 개발 등에 활용 시 익명 또는 가명처리(비식별화 조치)를 권고하고 있다. 반면, 중국에서는 별도 규제 없이 안면 인식이 가능한 막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쌓아 자율 주행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개인정보위는 영상 원본 활용 실증 특례 제도를 일정 기간 시범 운영한 후 안전성 검증 및 보완,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비정형 영상 데이터 특성에 맞는 안전한 활용 기준을 법제화한다는 계획이다.
고 과장은 "부당한 권리 침해를 막기 위한 이동형 영상 처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구체적으로 사례화해 안내할 예정"이라면서 "한두 달 내로 발표할 것으로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