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아 23일 구속됐다. 카카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평가가 두드러지며 '벤처 신화'의 상징으로 꼽히던 김 위원장의 구속에 충격과 아쉬움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박정호 명지대 산업대학원 실물투자분석학과 교수는 "직장인이 (창업의) 꿈을 실현하고, 국민들은 글로벌 플랫폼과 기업 매개 역할에 희망을 품게 하는 사람이었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 위원장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PC방으로 시작해 카카오를 설립하고 10년 만에 매출액 100만 배를 올렸다. 한 사람이 평균 밑에서 시작해 거기까지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생활은 미국 빅테크 기반으로 바뀌었는데, 미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 글로벌 플랫폼을 만든 사례가 우리나라뿐"이라며 라인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도 외국에서 그런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을 텐데 국내에서 논쟁에 천착된 게 아쉽다"고 전했다.
그는 사회 양극화를 지적하며 "카카오나 배달의민족 같은 신생 거대 기업들이 어떤 매개 역할을 해주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이 좋은 서비스나 대출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카카오가 와해되거나 기능을 제대로 못 할 경우 굴지의 대기업 아니면 인수할 수 있는 회사가 없고, 그럼 우리 사회는 또다시 양극단의 고착화된 경제 구조로 가버리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할 회사에서 잡음이 나는 게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카카오는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골목상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박 교수는 '경영 철학'을 얘기하며 "우리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가 가족 경영이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우리 같은 월급쟁이들에게 다른 경로를 줬다"고 했다. 그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제2의 김범수'가 되도록 창업을 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슬로건을 걸어 엔지니어와 혁신가, 기업가들이 모이게 됐다"며 카카오의 계열사가 우후죽순 늘어난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그는 "격에 맞지 않는 일을 했다"며 카카오페이 임원진 8명의 지분 대량 매도로 한 때 주가가 하락했던 일을 언급했다. 박 교수는 "(카카오가) 안 하는 사업이 없을 정도로 계열사가 늘어나 자율성보다는 방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내부 감시 등 컨트롤타워가 돼서 제어하는 게 필요한데 이 과정 중 소비자 입장에서는 (카카오페이 같은) 원통한 사례나 불편한 얘기가 많이 들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두고 경합을 벌이는 과정에서 하이브의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를 공개 매수가인 12만 원보다 높게 설정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