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6주 차 임산부’가 자신의 낙태 관련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해 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여성을 수사 의뢰했고, 경찰은 게시자의 신원 및 관련 영상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주 유튜브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2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단이 나와서 복지부도 살인죄로 법리 검토해 검찰에 진정했다”며 “정확한 상황과 태아 상태가 어떻게 됐는지 등이 확인돼야 어떤 죄명을 적용할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게시자를 확인해서 수술이 들어갔으면 어떻게 진행됐고, 어떤 상태에서 결과가 나왔는지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영상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처벌에 대해선 더욱 명확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경찰의 이 같은 법리 검토 고민은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결정으로 이어진 입법 공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2019년 4월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만약 이 임산부 사건이 2019년 이전이라면 어땠을까. 모자보건법에 따라 본인이나 배우자가 특정 유전학적 정신장애‧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등 낙태가 허용되는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낙태죄, 상황에 따라 영아살해죄 혹은 살인죄로 처벌 받았을 수 있다.
지금은 낙태죄 등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구체적인 수술 내용 등 낙태 정황에 따라 태아가 사람으로 인정될 경우 살인죄로 처벌될 수 있을지만 문제 될 뿐이다.
우리나라의 낙태 관련 법적 상황은 복잡하다. 헌재는 2019년 위헌 결정 이후 법적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2020년 12월 31일까지 국회의 법률 개정을 촉구하면서 해당 조항의 잠정적인 효력을 인정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관련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낙태죄는 효력을 잃은 상태다. 태아의 생명권은 형사법적으로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모든 낙태가 처벌받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태가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낙태죄는 아직 법적으로 사람이 아닌 뱃속의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법익으로, 살인죄는 ‘사람의 생명권’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형법은 사람을 객체로 하는 살인죄와 태아를 객체로 하는 낙태죄를 나눠 규정하기에 사람의 출생 시기를 언제로 보느냐에 따라 두 죄가 구분된다.
사람이 되는 시기를 언제로 볼 것인지에 관한 명확한 법 조항은 없다. 다만 판례는 규칙적인 진통을 동반하면서 태아가 태반으로부터 이탈하기 시작한 때, 즉 분만이 개시된 때를 태아와 사람을 나누는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분만 개시 이전의 태아를 살해한 것은 낙태죄가 되지만 분만 개시 이후 분만 중의 태아는 이미 출생해서 사람(영아)이 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분만 중의 태아를 살해하는 것은 살인죄가 된다.
이 사건 36주 차의 태아는 임신 극 후반기로 아마 자가호흡이 가능할 정도로 신체가 발달했고, 출산 직전의 상태였을 듯하다. 판례는 이러한 징표들을 보이는 태아를 ‘분만이 개시된 태아 또는 분만 중의 영아’로 봐 사람으로 인정하고 있다.
실제 낙태죄가 효력을 상실하고 관련 입법이 공백 상태인 2021년에도 대법원은 임신 34주 태아를 제왕절개로 낙태한 의사에게 낙태죄가 아닌 살인죄를 인정해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하기도 했다.
권도형 법무법인 LKB & Partners 변호사는 “이 사건 임산부는 입법 공백 및 관련 처벌 조항 폐지로 낙태죄 등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없어 보이고, 살인죄 가능성은 있다”며 “국회는 임신한 여성의 권리와 태아의 생명권 사이의 균형을 맞춘 관련 법률 제정해 법적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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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변호사는 신한금융지주에서 미국 공인회계사로 조흥은행 인수 합병 등 대형 M&A 업무를 맡았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경찰‧공수처에 재직하며 LH부동산 투기 사건, 고위 경찰 공무원 뇌물 사건 등 주요 수사를 담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