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에 발행 규모 증가
자금조달 비용 부담은 여전
카드사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가 3% 초·중반대로 떨어졌지만,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비용은 오히려 늘어날 전망이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앞서 발행했던 장기 카드채의 만기가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카드사들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여전채(AA+, 3년 만기) 금리는 연 3.426%(23일 기준)로 이달 들어 3.4%대를 연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여전채 금리가 연 3.4%대로 떨어진 건 202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여전채 금리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연 5%에 육박할 정도로 고공 행진했다. 여전채 금리가 오른 데는 기준금리 급등이 영향을 미쳤다. 2021년 하반기 이후 정책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금리가 빠르게 높아졌고, 국내 카드사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여전채의 신규발행 금리도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여전채 금리는 연 3% 초·중반대로 하락한 것이다.
여전채 금리가 하락하며 카드사들의 여전채 발행 규모도 늘었다. 금투협에 따르면 이달 들어 여전채 등 기타금융채의 순발행액은 1조4340억 원(24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전월(-6470억 원) 대비 2조 원가량 늘었다.
채권 금리는 내렸지만,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비용 부담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발행한 단기물의 조달 비용은 낮아졌지만 금리 인상기에 앞서 조달한 장기물의 금리보다는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카드채는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에서 60% 이상을 차지한다. 카드사들은 사업 운영을 위해 일반적으로 만기 채권을 차환 발행하는데 현재로써는 기존보다 높은 금리로 발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채의 규모는 14조3000억 원이다. 금리가 급등하기 이전인 2021년 말까지 발행된 장기 카드채는 13조3300억 원 규모다. 이에 따라 조달비용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문제는 카드사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카드업계는 이자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고 연체율 상승 등으로 건전성도 악화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의 1분기 이자비용은 역대 최대 규모인 1조63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 증가했다.
당장 기준금리 인하가 시행되더라도 카드채의 기준이 3년물이라는 점에서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동안은 비용부담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카드업계는 조달방안을 다각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ABS는 매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해 여전채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만기가 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며 조달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기채 위주의 발행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