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자본시장법 허점 악용...정정신고서 지속 요구 본질해결 어려워”
금융위 법령 개정 9월 시행 예정…합병가액 규제 강화 여지
김 후보자 “현행 합병가액 산정 방식 문제있어”...국회선 ‘두산밥캣 방지법’ 발의
금융감독원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계획에 제동을 걸면서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변곡점을 맞았다. 핵심 분수령은 3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의 이번 정정 명령에 두산 측의 증권신고서는 효력이 상실되면서 3개월 이내에 정정신고서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
또 금융위원회가 현재 기업의 인수·합병(M&A) 진행 과정에 일반주주 권익을 보호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어서 금융당국과 두산그룹의 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합병 철회 가능성도 거론된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 합병,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정정신고서는 △증권신고서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증권신고서 중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기재 또는 표시가 있는 경우 △중요사항이 기재·표시되지 않은 경우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한 경우 요구할 수 있다.
금감원은 이번 정정요구에 대해 투자자 보호 관련 미흡한 점이 있어 정정 신고서 제출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두산의 구조 개편과 관련해 목적과 배경, 주주들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취지”라면서 “비율 및 가격 관련한 부분은 별개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에 100% 완전자회사로 흡수합병한다고 11일 공시했다. 이 과정을 통해 최대주주의 지분이 집중된 두산은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기존 14%에서 42%로 높아진다. 시장에서는 주주의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지주회사(두산)만 배불려주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두산그룹이 자본시장법의 허점을 악용한 가격산정을 해 주주들의 분노를 샀다고 평가한다. 다만 계속된 정정신고서 요구로는 본질 해결이 어렵다고도 했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에 우려스러운 부문이 있다”면서 “다만 이처럼 금감원이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로 물고 늘어질 수 있지만, 계속해서 제동을 걸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결국, 두산그룹이 나름의 이유를 들어 설명을 보완한다면 금융당국으로서는 정정신고서 본질에 맞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3분기는 되어야 결론이 날 것으로 본다. 두산 측이 합병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금융위의 법령 개정과 시기가 맞물리기 때문이다.
우선, 금감원의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로 증권신고서는 효력을 잃게 됐다. 두산그룹은 증권신고서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검토 후 신고를 하더라도 금융당국에서 재차 정정요청이 가능해 사실상 2분기에는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 일각에선 두산그룹이 이번 합병을 철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는 현재 기업의 M&A 진행 과정에 일반 주주 권익을 보호하는 법령 개정도 추진 중이다. M&A 시 추진 배경과 이유 등과 합병 결정에 대한 이사회 의견서까지 공시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현재 법령 개정 관련 법제처 등과 협의를 마쳤고, 국무회의 심의·의결과 대통령 재가, 공포 등 행정적 절차를 거쳐 이르면 9월 시행될 예정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현행 합병가액 산정 방식은 기업 인수·합병의 공정성을 높이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측면과 당사자 간 자율적 협상을 통한 합병가액 산정을 저해하는 측면이 모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한편, 국회에서도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두산밥캣 방지법’으로 불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투자자 이익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합병가액을 정하며, 기업이 그 가액이 공정하다는 입증 책임을 지는 것이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