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0선을 바라보던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며 2700선을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다. 빅테크 기업의 부진과 대선을 둘러싼 정치적 불안정성 확대 등 미국발(發) 충격이 국내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74% 떨어진 2710.65에 마감했다. 주도주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 폭을 키우며 증시 전반에 충격을 줬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역대 최고 매출액과 함께 6년 만에 5조 원대 영업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주가는 8.87% 밀린 19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도 1.95% 떨어진 8만400원을 기록하며 ‘8만전자’를 겨우 지켰다.
미국 증시 호황을 이끈 매그니피센트7(M7) 종목들이 나란히 약세를 띠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국내 대표주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2분기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 실적을 공개한 알파벳과 테슬라가 각각 5.0%, 12.3% 추락했다. 엔비디아(-6.8%), 메타(-5.6%), 마이크로소프트(-3.6%) 등도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빅테크 기업 주가 조정은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인공지능(AI) 테마 상승세 지속 의구심에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S&P글로벌은 미국 7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 예비치로 49.5를 제시했다. 예상치(51.7)뿐 아니라 기준점인 50까지 내주며 경기 위축 국면에 진입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었다. 경기 하강에 따른 빅테크 기업 매출 감소 가능성과 AI 투자 비용 대비 마진 축소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대선을 둘러싼 정치적 변동성이 커진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물러난 것이 또 다른 전환점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 대신 등판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며 대선 결과를 점쳐지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이슈로 취약해진 시장 변동성에 투자자들이 실적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추정치에 미달한 기업, 넘어선 기업 모두 하락했다”며 “무차별한 시장 움직임이 포착되며 개별 옵션 등이 하락 폭을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코스피 하방 압력 여지를 충분히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2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미국 대선 직전 커지는 증시 변동성에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리스크 관리를 위한 방어주에 무게를 두거나, 지수와 다른 움직임을 보일 만한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증권가는 보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추가 압력을 받는다면 2650선을 볼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벤치마크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시장과 다른 움직임을 보일 만한 낮은 시장 베타와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자본비용(COE)을 보유한 업종을 살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