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효과 의문 확산
“지출 많지만 성과 못내 피로감 커져”
아시아증시도 ‘쑥대밭’…일본, 조정 국면 진입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투자자들 사이에서 AI 기술 성과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2.31%, 3.64% 하락 마감했다. S&P500은 2022년 12월 15일 2.49% 급락한 이후 최대 하락 폭을 찍었고 나스닥은 2022년 10월 7일 3.80% 폭락한 이후 일일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나스닥거래소 내 우량 기업 100개를 별도로 모아 만든 나스닥100지수는 3.65% 밀리면서, 편입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하루 새 1조 달러(약 1386조 원) 증발했다.
아시아증시도 미국발 악재에 흔들렸다. 25일 코스피지수는 1.74%, 코스닥지수는 2.08% 각각 하락으로 마감했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3.28% 급락한 것은 물론 최근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며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0.52% 빠졌다.
전날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테슬라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에 대한 실망과 함께 최근 AI 열풍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 것이 시장 전반의 급락을 촉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 주가는 이날 12.33% 폭락했고 엔비디아 주가 역시 6.80% 빠졌다. 알파벳은 예상을 웃도는 호실적을 내놓았지만, 예상보다 늘어난 AI 투자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에 주가가 5% 빠졌다.
특히 블룸버그는 엔비디아를 포함해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 브로드컴, 암(Arm) 등 AI 랠리를 주도했던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약세를 보인 것에 주목하면서 “이러한 조정은 AI 거품이 터지는 시작을 알리는 것은 아닐지라도 투자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짚었다. 미국 투자 전문매체 마켓워치도 “AI를 굴리던 바퀴가 빠진 듯하다”고 평가했다. SMCI와 브로드컴, Arm 주가는 각각 9.15%, 7.59%, 8.17% 내렸다.
전문가들 역시 시장에서 AI 투자 효과에 대한 의문이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앨릭 영 맵시그널 수석 투자 전략가는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모든 AI 인프라 지출에 대한 투자수익률(ROI)이 어떠냐는 점”이라며 “엄청난 금액이 지출되고 있지만, 그 보상이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빌 자베리 올스프링글로벌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투자자들이 염두에 둔 기간 내에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어서 AI에 대한 피로감이 다소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 투자책임자(CIO)는 “AI가 모든 산소를 빨아들이고 있다”며 “하지만 이제 우리는 숫자로 확인해야 하는 위험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숫자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AI를 볼 수 있지만, 극적인 성과를 거둔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어느 곳에서도 매출과 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반면 일각에서는 건강한 조정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진 골드만 세테라투자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대형주가 고평가상태였던 점을 고려했을 때 건강한 조정으로 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토드 손 스트라테가스증권 전략가는 “최근 증시는 대형 기술주에서 소형주로 순환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주가 약세는 대형 기술주의 문제로, 고통스럽지만 성장주 이외 전체 시장에는 좋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