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TSMC와 고객 맞춤형 협력 강화
삼성, CXL도 고객 니즈에 맞게 제작
그간 범용 제품이었던 메모리 반도체가 맞춤형 제품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생태계가 다변화하면서 고객사가 요구하는 메모리 성능도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대규모 생산ㆍ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개별 고객사 니즈에 맞는 제품 양산 방식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부터 고객 맞춤형 콘셉트로 개발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실리콘관통전극(TSV)으로 연결한 메모리다. 기존 D램 대비 데이터 용량이 크게 늘고, 처리 속도도 빨라 AI 시대 필수 메모리로 꼽힌다. 현재 시장 주력 제품은 HBM3(4세대)이며, HBM3E(5세대)까지 개발이 완료됐다.
HBM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는 25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산업은 과거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고객 요구 제품이 다양하게 늘어나며 주문형 산업이 될 전망”이라며 “고객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수요 가시성을 높이고, 확실한 제품 중심으로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HBM4부터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와 협력해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SK하이닉스는 HBM 패키지 내 최하단에 탑재되는 베이스 다이를 TSMC의 로직 선단 공정을 활용한다. 베이스 다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연결돼 HBM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한다. TSMC의 첨단 공정을 활용하면 고객사별 니즈에 맞는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이외에도 양사는 HBM 관련 고객 요청에도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의 HBM4는 내년 하반기 12단 제품부터 출하가 예상된다. HBM4 16단 제품은 수요가 본격화하는 2026년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HBM4를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개발 중이다.
최장석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신사업기획팀장(상무)은 9일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에서 “HBM4 시대에는 커스텀이 현실화될 예정”이라며 “많은 고객이 맞춤형 최적화를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요 고객들과 다양한 형태로 협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그간 HBM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져왔던 만큼 HBM4에서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HBM4에 1c(6세대) D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HBM4E(7세대)부터 1c를 적용할 예정인데, 계획대로라면 삼성전자가 먼저 차세대 기술을 도입하게 되는 셈이다.
HBM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당초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사업장 신규 팹인 P4에 낸드 생산라인을 구축하려 했으나, HBM 등을 생산하는 D램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물량을 전년 대비 3배 늘릴 계획이다. 내년 출하량도 올해보다 2배 이상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역시 고객 맞춤형으로 차별화할 계획이다. CXL은 중앙처리장치(CPU), GPU, 메모리 및 스토리지 등 다양한 장치를 유연성 있고, 효율적으로 연결해주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다. D램을 여러 개 연결해 용량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서버를 추가로 증설할 필요가 없어 비용 절감에 효과적이다.
최 상무는 “CXL 메모리는 더블데이터레이트(DDR)처럼 표준 제품이다. 업체별로 차별화가 어렵다”면서도 “삼성전자는 그간 서버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서 누구보다도 다양한 고객과 쌓아온 노하우가 충분히 많다. (CXL도)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차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에는 업계 최초로 CXL 2.0을 지원하는 128GB CXL D램을 선보였다. 이후 업계 최고 용량인 512GB CMM-D 개발, 업계 최초 CMM-D 2.0 개발 등에도 성공했다.
유회준 반도체공학회장은 “AI 시대에서는 GPU,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업들이 요구하는 메모리 스펙이 조금씩 다를 것”이라며 “앞으로는 범용 D램과 낸드에서도 커스텀화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