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만을 위한 '영화관 시대'는 이미 지났다?
대한극장 폐업 후 공연장으로…"상징적 사건"
여름 극장가를 '공연 실황영화'들이 점령했다. 블랙핑크, 세븐틴, 임영웅 등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가수들의 공연 실황영화가 극장 '효자 콘텐츠'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30일 영화계에 따르면 최근 CGVㆍ롯데시네마ㆍ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극장을 중심으로 공연 실황영화가 봇물 터지듯 개봉하고 있다.
우선 내일(31일) CGV는 블랙핑크 월드 투어 실황을 담은 영화 'BLACKPINK WORLD TOUR [BORN PINK] IN CINEMAS'를 단독 공개한다. 내달 28일에는 스타디움 입성기를 담은 영화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이 개봉한다. 세븐틴 공연 실황영화도 곧 공개를 앞두고 있다.
서지명 CGV 홍보팀장은 이날 본지에 "이런 영화들은 '대중향'이 아닌 '팬덤향' 콘텐츠다. 개봉관 자체가 많지는 않다. 명확한 타깃층이 있어서 이제는 극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효자 콘텐츠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CGV는 'ICECON'이라는 콘텐츠 브랜드를 통해 영화 이외의 다양한 콘텐츠들을 극장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콘서트, 뮤지컬, 오페라, 게임 중계, 북토크, 디지털 뮤지엄 등이 그 예다.
특히 CGV는 지난 5월 용산아이파크몰 4개 관에서 tvN 인기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마지막 회를 볼 수 있는 관람 이벤트를 진행했다. 드라마를 사랑하는 팬들이 함께 극장의 큰 화면으로 시청할 수 있는 체험을 선사한 것이다. 관람 후 변우석, 김혜윤 등 주연 배우들의 무대인사가 진행돼 열기를 더했다.
ICECON 개봉 편수는 2020~2021년에 100여 편 수준이었다. 2022년에는 1.5배 가까이 증가했고, 지난해는 2배 이상의 개봉 편수를 기록했다. 올해 7월 기준 150여 편 개봉해 갈수록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롯데시네마 역시 12일 '볼빨간사춘기: 메리 고 라운드 더 무비'를 개봉해 팬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볼빨간사춘기의 단독 콘서트 'Merry Go Round'의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다.
이 외에도 롯데시네마는 '김준수 콘서트 무비 챕터 원: 레크레이션', '에스파: 마이 퍼스트 페이지', '이승윤 콘서트 도킹: 리프트 오프' 등 다양한 공연 실황영화를 공개하고 있다.
메가박스는 우리나라의 대표 뮤지컬 '영웅'을 영상화한 '영웅: 라이브 인 시네마'를 내달 21일 단독 공개한다.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전후로 생애 마지막 1년을 조명한 뮤지컬 실황영화다.
한 극장 관계자는 "공연 실황영화는 팬들의 만족감을 향상하기 위해 다양한 굿즈 판매 등 이벤트 행사도 동시에 진행한다는 점에서 영화관 매출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66년 만에 문을 닫는 대한극장이 향후 리모델링을 거쳐 공연장으로 개편된다는 것은 참 상징적인 일"이라며 "영화관과 공연장의 경계가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