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달성한 가운데,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 도경동(국군체육부대)에 관심이 쏠린다.
오상욱(대전광역시청),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대전광역시청), 도경동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45-41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도경동은 30-29로 쫓긴 7라운드 시작과 함께 구본길과 교체해 처음으로 피스트를 밟았다. 앞서 오상욱이 6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4점을 내리 연속해서 내주면서, 25-22이던 스코어는 25-26으로 역전당했다. 오상욱은 의지를 다져 5점을 냈지만, 상대는 7점을 내며 스코어가 30-29로 추격당하게 된 것이다.
결승전 전까지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던 도경동은 한을 풀듯 연속으로 5점을 냈다. 도경동의 맹활약으로 한국은 7라운드에서 점수를 35-29로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지난해 4월 입대한 도경동은 본래 10월 전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금메달을 목에 걸어 병역 특례 혜택 대상자가 되면서 전역 시점도 두 달가량 당기게 됐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도경동은 '군 복무 기간을 다 채울 생각이 없냐'는 짓궂은 질문에 "(군에서) 나와서 펜싱을 더 열심히 하는 걸로 하겠다"고 웃으며 답했다.
도경동은 "선수로서 최종 목표가 금메달이었다. 그걸 바라보고 운동해왔는데 목표를 이룰 수 있어 꿈만 같다"며 "개인적인 기쁨보다 우리 펜싱의 새 역사, (단체전) 3연패를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밝혔다.
당초 8라운드에 들어갈 예정이었다던 도경동은 "(박)상원이가 캐나다와의 8강전부터 워낙 컨디션이 좋아서 7라운드에 들어갔다"며 "투입될 때 형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믿음을 줬고 나도 질 자신이 없었다. 들어가기 전에 이겨볼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고, 다행히 그게 지켜졌다"고 웃었다.
맏형 구본길은 도경동이 넘치는 활력과 투지로 흔들리던 자신을 잡아줬다고 전했다. 구본길은 캐나다와의 8강에서 크게 부진했다가 프랑스전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결승행의 1등 공신으로 활약했다.
구본길은 "8강전이 끝나고 라커룸에서 (도경동에게) 크게 혼났다. '왜 자신이 없냐, 자신 있게 해야 한다'고 화를 내더라"라며 "그때 많이 약해져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그래 내가 잘할게, 한 번 자신 있게 해볼게'라고 답했다"고 회상했다.
원우영 대표팀 코치도 도경동에 대해 "단체전을 잘한다. 월드컵 단체전에서 늘 제 역할을 해줬다"며 "훈련을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꾸준히 훈련하고, 성실하고,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도 잘했다. 최고"라고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