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마음과 방랑자의 마음은 다르다. 여행자가 어디로 '가는 사람'이라면, 방랑자는 어디로 '가지는 사람'이다. 여기서 '가지다'는 표면적으로 '가다'의 수동형이지만, 방랑자의 '가지다'는 능동적인 행위다. 딱히 어딜 가고 싶어서 몸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지금 이곳에 있을 수 없어서 몸이 어딘가로 움직여진다. 나아가지고, 이동해지며, 흘러가진다.
저자는 동해항부터 포르투갈 호카곶까지 자동차로 횡단한다. 아니 횡단해진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경험한 일들의 조각들을 독자들에게 건네며 말을 걸어온다.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은 괜찮냐고. 하지만 독자는 반문하고 싶어진다.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당신은 지금 괜찮냐고. 작가가 독자를 위로하는 게 아니라 독자가 작가를 위로하게 만드는 책은 소중하다.
스마트폰이나 내비게이션이 없었을 때, 우리는 지도를 통해 세상을 찾았다. 지도는 목적지를 단숨에 알려주지 않는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를 경유해야 목적지에 당도할 수 있는지 어렵게 알도록 했다. 스마트폰이 '목적지'만 보여준다면, 지도는 목적지 주변의 땅들까지 함께 보여준다. 우리가 지도를 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세상은 지도로 볼 때보다 명료해진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아시아, 유럽, 중동,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5대륙 28개국의 지정학적 현황을 120개의 화려한 지도로 읽는다. 지도를 통해 조망한 현대사의 지정학적 흐름은 독자들에게 흥미로움을 선사한다. 특히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급변하는 시대의 거대한 지정학적 격변들을 보여준다.
7일 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영화 '조선인 여공의 노래'는 일제강점기 오사카 방적공장에서 일했던 조선인 여공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현재는 일본 내의 인기 음식이지만, 과거에는 일본인들이 쓰레기로 버렸던 육류 내장, '호루몬'을 먹으며 열악한 노동환경을 견뎠다. 또 고급스러운 부위만 일본으로 수출하면서 조선에는 육류 부속물과 관련한 다양한 음식이 발전했다.
이처럼 음식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는 매일 먹고 마시는 일을 중심으로 한일 양국, 나아가 동아시아가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역사적 관점에서 살핀다. 식민지 조선을 둘러싼 식료의 생산과 유통, 소비에서부터 조선인들의 신체에 끼친 영향까지를 아우른다. 일제강점기를 음식문화를 통해 살피는 흥미로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