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시‧소설‧그림 실린 수능 문제, 인터넷 게시는 저작권 침해”

입력 2024-08-04 09:00수정 2024-08-0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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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그림이나 산문·운문 등의 작품이 실린 문제지를 기간 제한 없이 인터넷에 게시하고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게 한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11일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평가원이 저작권협회에 1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의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019년 저작권협회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중등교사임용시험, 검정고시, 수능모의평가 등을 주관하는 평가원이 협회가 관리하는 저작물 155건을 인용한 문제지를 홈페이지에 올려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1700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저작권법 32조는 ‘시험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공표된 저작물을 복제‧배포할 수 있다’고 명시할 뿐, ‘공중송신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2020년 11월 1심 법원은 평가원의 손을 들어 줬다. 당시 서부지법은 “수험생에게 균등한 학습 기회를 보장하고 각종 시험의 투명한 관리를 위해 평가문제를 공개한 것은 공익에 부합하는 일”이라며 “저작물의 사회적‧교육적 의미를 고려하면 시험이나 교육을 위한 인용이 폭넓게 허용될 필요도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2021년 8월 항소심 서울고법은 1심 판결을 뒤집고 “평가원이 저작권협회에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시험문제에 저작물을 허용할 수 있는 범위는 시험 목적에 필요한 범위에 한정돼야 한다”며 “시험 목적 달성에 절차상 필요한 과정이 종료된 후까지 저작물의 자유이용이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평가원이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평가원이 문제지 게시 및 다운로드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아 반드시 필요한 범위에서 저작물을 이용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평가원이 공공기관인 만큼 알맞은 사용료를 지급해 공익과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의 균형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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