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년 만에 북한에 수해지원을 결정했다. 최근 집중호우로 큰 수해를 본 북한에 손을 내민 것이지만, 북‧러 군사동맹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인 만큼 북한이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2일까지도 북한의 응답은 없는 상황이다.
박종술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북한 주민들이 처한 인도적 어려움에 대해 인도주의와 동포애의 견지에서 긴급히 필요한 물자들을 신속히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원 품목, 규모, 지원 방식 등에 대해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와 협의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조속한 호응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신의주 등 평안북도와 자강도를 비롯한 북한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북한 주민들의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집중호우 피해 초기에는 지원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피해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지원을 제안하기로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정부와 적십자사는 북한의 수해 상황을 인지한 뒤 긴밀히 소통하면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품목 등은 정하지 않고 있으며, 지원이 성사된다면 예산은 남북협력기금에서 집행될 예정이다. 협의 방식은 제3국에서의 협의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게 통일부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 차원에서 인도적 지원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22년 5월 16일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협력과 관련해 실무 접촉을 제의한 바 있으나, 당시에도 북한 측에서 응답이 없었다.
북한이 과거 여러 차례 거절 의사를 밝힌 적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수해 지원 제안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측 반응을 묻는 질문에 “현재까지 북측으로부터 응답은 없다”고 밝혔다.
김 부대변인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연락 채널을 통해 통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상황을 예단하지 않겠다. 우리 측 제의에 조속히 호응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통일부는 남북 합의에 따라 남북 통신연락선 채널을 통해 평일 오전 9시와 오후 5시 하루 두 번 정례적으로 북측과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4월부터 연결이 끊겼고 이날도 북측이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정부가 북한에 수해 지원을 한 것은 2005년, 2006년, 2007년, 2010년 등 4차례다. 지원 규모는 구호 물품과 컵라면, 쌀 등 1297억 원 수준이다. 정부는 2011년과 2012년에도 수해 지원을 제안했지만, 북한의 거절로 성사되지 못했다.
다만 통일부는 북한 측 도발로 휴전선 일대 대북 확성기 방송 등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 등에 대한 입장과 관련해선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