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반정부 시위에 사망자 100명 육박…경찰도 14명 숨져

입력 2024-08-0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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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공직 할당 정책에 반발
경찰은 실탄 사용…부상자 수천 명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3일 셰이크 하시나 총리와 그의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다카/AP뉴시스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정부 시위 탄압 과정에서 1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방글라데시 전역에서 수십만 명이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주요 고속도로를 막아서고 경찰은 실탄을 사용하는 등 유혈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가 북동부 지역 에나예트푸르의 한 경찰서를 습격했다며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으로 경찰 1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AP통신은 경찰이 최루탄과 섬광탄, 고무탄을 쏘며 시위대를 막아섰다고 전했다. 경찰이 실탄을 사용하고 시위대는 사제폭탄을 사용한다는 목격도 나왔다.

하시나 총리는 국가 안보 회의 후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은 학생이 아니라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테러리스트"라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정부는 전날 오후 6시부터 전국에 통행 금지령을 내리고 인터넷도 차단했지만, 시위는 통금 발령 이후에도 계속됐다.

정부와 시위대 간의 강한 대립에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최대 일간지 프로톰 알로는 경찰 14명을 비롯해 최소 95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부상자 수도 수천 명에 달한다. 시위대는 향후 방글라데시 수도인 다카에서 대규모 행진을 예고하고 있어 더 많은 사상자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이번 시위는 방글라데시 정부가 독립유공자 자녀에게 공직 30%를 할당하는 정책을 추진하며 시작됐다. 이 제도는 1971년 독립전쟁 참가자 자녀들에게 공직 30%를 할당하려던 정책이지만, 2018년 대규모 대학생 반대 시위로 폐지됐다. 하지만 지난달 다카고등법원이 이 정책을 부활시키면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게 됐다.

이후 법원이 독립유공자 자녀의 공직 할당 규모를 5%로 크게 완화한 절충안을 내놓으면서 시위도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시위대가 요구한 시위 체포자 석방과 하시나 총리 사과 등이 수용되지 않자 시위대는 다시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총리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시위에는 학생뿐 아니라 예술가, 노동자 등 모든 계층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전직 군 장성들이 시위를 지지하면서 지난달 시위대를 막아섰던 군대 역시 개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하시나 총리는 2009년부터 장기 집권한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하시나 총리 집권 이후 2014년, 2018년 총선을 전후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으며 2021년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와 민족주의당(BNP)이 정부 퇴진 시위 등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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