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포비아' 대책 추진…배터리실명제·지상주차 유도 검토

입력 2024-08-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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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9월 초 전기차 화재 관련 종합대책 발표
국토장관 "배터리 제조사 표기 여부 포함 논의"
전기차 주차장·충전기 지상 설치시 지원 검토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량들이 전소돼 있다. 전날 오전 6시 15분께 아파트 지하 1층에서 벤츠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연합뉴스)

최근 거듭된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자 정부가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는 '배터리 실명제'와 지상 주차를 유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나섰다. 정부는 내달 발표를 목표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전기차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환경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전기차 대책 회의가 12일 환경부 차관 주관으로 열린다. 정부는 이날 회의를 기점으로 전기차·배터리 전문가·업계 의견을 매주 청취해 9월 초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최근 일련의 전기차 화재로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앞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벤츠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인근의 차량 140여 대가 훼손됐고 아파트 내 단전·단수로 이어졌다. 진화까지 약 8시간이 걸렸다. 6일에도 충남 금산에 주차돼 있던 기아 전기차에서 불이 났다.

우선 종합대책에는 '배터리 실명제'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전날 YTN에 출연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표기하느냐, 않느냐 문제도 9월 발표될 종합대책에 넣겠다"고 했다.

이번 인천 아파트 화재 사고를 일으킨 벤츠EQE 모델은 중국 내에서도 후발 배터리 업체인 파라시스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의 배터리는 아직 국내 조사기관의 평가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해당 차량은 중국 유력 전기차 업체 CATL의 배터리가 들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는 그간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에 어떤 배터리를 탑재하는지 표기하지 않아서다. 소비자가 배터리 정보를 알려면 제조사에 문의해야 했다. 이에 국토부는 소비자가 배터리 제조사 등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전기차 제조사가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단 영업기밀 등 업계 우려도 상존하기에 정부는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지상 주차를 유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전기차 충전 기반시설 확충 및 안전 강화 방안'을 통해 새로 건축하는 건물은 화재 시 진화 작업이 용이하도록 지하 3층까지만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최근 연이은 전기차 화재에 지하가 아닌 지상에만 충전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환경부와 산업부는 전기차 주차장·충전기를 지상에 설치할 경우 비용을 일부 보조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지상 주차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업계 관계부처 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금 시점에서 어떤 게 된다, 안 된다를 판단할 단계는 아니고 일단 제기된 모든 이슈를 12일부터 따져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충전 방지 대책도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화재는 완충 뒤에도 충전기를 계속 꽂아둬 과충전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잦다. 환경부는 과충전 예방을 위해 올해부터 전력선통신(PLC)모뎀이 장착된 완속충전기 설치 시 40만 원의 보조금을 추가 지급한다. PLC모뎀이 장착되면 충전기가 차에서 배터리 충전 정보(SoC)를 받아 자체 충전 제한이 가능하다. 현재 모든 급속충전기에 PLC모뎀이 장착됐지만 초기 보급된 다수 완속충전기에는 탑재되지 않은 실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 세계적 당면 과제인 전기차 인프라를 확대하는 방향성에는 변화가 없지만, 그 과정에서 안전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내용이 종합대책에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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