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당한 벽화는 아직 수사 진행 중
영국 런던 곳곳에 얼굴 없는 예술가 뱅크시가 최근 동물 벽화를 잇달아 남기고 있다. 이번 작품을 두고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폭동이나 전쟁을 비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지만, 뱅크시 측은 대중에게 재미를 선사하려는 의도라고 일축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런던 북서부 클리클우드 에지웨어 로드의 빈 광고판에서 뱅크시의 여섯 번째 작품이 등장했다. 뱅크시가 직접 세운 작품 보증 회사인 ‘페스트 컨트롤’은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듯 몸을 뻗고 있는 작품이 자신의 것이라고 확인했다. 해당 작품은 몇 시간 후 철거됐다.
앞서 5일부터 약 일주일간 런던의 거리에는 펠리컨, 염소, 원숭이 세 마리 등 동물 벽화가 연달아 나타났다. 뱅크시는 5일 런던 남서부 리치먼드의 큐 브릿지 인근 건물에 염소 모습의 벽화를 남겼고, 다음날 첼시의 아파트에 두 마리의 코끼리 벽화를 그렸다. 전날에는 브릭 레인의 기차 다리에 원숭이 세 마리를 선보였다. 뱅크시 측은 “최근 사회가 암울한 뉴스로 가득 찬 가운데 대중에게 ‘그늘’보다 ‘빛’을 보여주고 싶은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8일 페컴의 한 건물 위 위성안테나에 그려진 늑대 벽화는 도난당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사다리를 들고 가면을 쓴 두 남성이 그림을 떼어갔다고 전했다. 뱅크시 측은 “도난은 뱅크시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면서 “현재 해당 그림의 위치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전했다. 도난 신고를 받은 런던 경찰 당국은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 범인은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뱅크시는 본명이나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이름 없는’ 예술가로 1990년대 후반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영국을 기반으로 세계 곳곳에 사회적·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벽화와 그라피티(공공장소에 남긴 그림)를 남기고 있다. 뱅크시는 지난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베들레헴 분리 장벽에 벽화를 남기는 등 파격적인 행보로 주목받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