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되사는 ‘콜옵션’ 대신 오아시스 인수 추진했으나 무산
“이커머스 분위기 감안 시 살 곳 찾는 데 어려움 예상”
SK스퀘어가 자회사 11번가의 상장 실패로 약 2800억 원 규모의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 손실을 입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SK스퀘어는 최근 티메프 사태 악재가 터진 상황에서 투자자들로부터 11번가 지분을 사오는 ‘주식매도청구권(콜옵션)’ 대신 오아시스를 통해 이커머스 사업에서 철수하려 했으나 난항을 겪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SK스퀘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종속기업인 11번가 관련 투자자들의 드래그얼롱 행사절차가 진행 중이다. 드래그얼롱은 투자자가 투자기업의 미래 성장성이나 전망이 불투명해 투자금을 회수하려 할 때 대주주 지분을 끌어와 제3자에게 주식을 팔고 나갈 수 있는 조항이다.
드래그얼롱 행사에 따라 SK스퀘어가 11번가 주식 매각을 통해 얻는 손실은 파생금융부채 2892억 원으로 추산됐다. SK스퀘어는 2018년 9월 투자자들과 주주간 계약을 통해 5000억 원 규모 투자금을 유치했다. 국민연금 3500억 원, H&Q코리아 1000억 원, MG새마을금고 500억 원 등이다.
당시 투자자들은 상장 기한인 지난해 말까지 상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11번가 주식을 드래그얼롱을 통해 전부 매도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이때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주식도 함께 매도키로 계약했다. 경영권프리미엄을 붙여 팔 수 있도록 한 것이다.
SK스퀘어는 계약에 따라 콜옵션을 통해 투자자들의 11번가 지분을 되사올 수 있었으나 그 대신 오아시스에 지분스왑(맞교환)을 통한 매각을 추진하며 사실상 11번가를 포기했다. 그러나 최근 티메프 악재와 더불어 오아시스의 11번가 인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아시스는 자사 주식과 관계사 루트의 주식을 섞어 11번가 주식과 맞바꾸는 지분스왑 방식을 사모펀드 H&Q코리아에 제안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가 11번가 주식을 팔 때 그냥 팔면 안 팔리니 지배주주 주식까지 얹어 팔면 경영권프리미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한 계약”이라며 “티메프 사태와 더불어 이커머스 판이 쿠팡과 네이버 2파전이 된 상황에서 살 곳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했다.
SK스퀘어의 자회사 11번가는 6년 전 투자유치 당시 기업가치가 3조 원에 달했으나 최근 5000억 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다만, 올해 2분기 기준 5개 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손실이 감소하면서 실적 개선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2분기 11번가의 영업손실은 18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7억 원)보다 31.4% 줄었다.
11번가는 오픈마켓 부문이 3월부터 4개월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상반기 누적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흑자를 보이며 수익 기조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