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려가 급증하고 있는 전기차 화재 사고 관련 배상 문제를 정소연 법률사무소 다반 변호사와 함께 자세히 짚어 봤습니다.
Q. 며칠 전 저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큰 화재가 났습니다. 사건 당일 지하주차장 CCTV를 확인해보니 누군가의 전기차 충전구 부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불꽃이 튀는 모습이 확인되더군요. 이후 해당 차량 옆에 주차돼 있던 제 차로 불이 옮겨붙어 전소되고 말았습니다. 매일 1시간 거리를 운전해 출퇴근하는 상황인지라 정말 당혹스럽습니다. 아직 화재 원인은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단 제 차 피해에 대한 배상은 보험사에 청구하려 하는데, 당장 내일부터 대중교통을 두 번이나 갈아타고 회사에 가야 하는 등 생활상 불편함과 손해에 대한 배상을 요청할 수도 있나요?
A. 전기차 차주가 가입해둔 보험사에 손해배상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차량이 전소된 상태이시기 때문에 수리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차량에 대한 손해 외 일정 기간 렌터카 또는 대중교통비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지하주차장에 여러 대의 차량이 피해를 본 상황이기 때문에 본인 차량에 대한 자기차량 손해보험에 가입하셨다면 우선 본인의 보험사에서 보험처리를 요청하시고, 이후 보험사에서 전기차 차량의 차주 보험사에 구상금을 청구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Q. 문제는 또 있습니다. 보험사에 전화하니 제 과실 없이 차량이 전손된 경우 ‘차량 가액’만큼만 보상이 된다고 하네요. 제 차는 4년 전 5000만 원 정도를 주고 구매한 외제차인데, 현재 시점의 차량 가액은 2500만 원도 채 되지 않더라고요. 보험사는 그 금액 이상은 배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저로서는 그 돈을 받아서 제가 타던 차를 다시 사는 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피해 차주 모두가 같은 상황이라 추가 배상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화재가 난 차량을 만든 제조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해야하는지 그 차를 구매한 차주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하는지 난감한 상황입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A. 자차로 보험처리를 할지 전기차 차주 보험사에 대물배상을 요청할지에 따라 배상 내용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보험가입시 차량 가액’만 보전되는지, ‘중고차 시세’로 보전되는지에 대한 문제인데요. 때문에 이에 대한 분쟁도 많이 일어나는 상황입니다. 보험사에서 제시하는 중고차 시세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고, 보험사에서 제시한 배상액에 이견이 있어 대물배상액에 대해 법원의 판결을 통해 결정을 받는 사례도 왕왕 있습니다. 우선 전기차 차주의 보험사에 대물배상액에 관한 확인을 요청하시고, 자차 보험액과 비교해 본 뒤 향후 절차를 고려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전기차 차주 보험사에서 보전되지 않은 손해에 대해서는 차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는 있습니다.
Q. 이번 화재사건이 뉴스에 자주 보도되면서 차주의 입장도 알게 됐습니다. 제 차뿐만 아니라 해당차 근처에 주차했던 외제차 5대가 전소됐고 주변 차량 20여 대도 그을리거나 분진 피해를 보았다고 하네요. 상황을 파악한 제조사에서 감식 인원을 보냈지만, 화재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는 데는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모양입니다. 피해액은 족히 15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차주가 든 보험의 대물배상 한도는 5억 원에 불과하다고도 하네요. 만약 제가 해당 차주였다면 저 역시 어떻게 대처할지... 눈앞이 깜깜하겠더라고요. 이 경우 차주 입장에서 법적•제도적으로 보호받을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차주의 입장에서는 차량 제조사에 ‘제조물 책임법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차주가 평소 차량을 통상적인 상태로 이용했고 이에 과실이 없다는 점만 증명하면 제조사의 결함이 추정되고 제조사가 차량에 결함이 없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다만 차량이 전소되어 차량의 결함으로 인한 화재인지를 밝히는 작업이 쉽지 않으리라고 예상됩니다. 차주께서는 대응방법이 막막하실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현재 개별사건에 제조물의 결함유무를 확인해 주거나 제조물에 대한 소송만을 대리해 주는 공적 제도는 아직 없습니다.
Q.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법적 책임은 전혀 없는 건인지도 알고 싶어요. 저희 아파트는 지은 지 5년이 채 되지 않은 비교적 신축 건물이라 화재시 스프링클러가 문제없이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고 당일에는 스프링클러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화재 신호가 제대로 전달됐음에도 관리사무소 직원이 ‘정지 버튼’을 눌러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뉴스 보도도 있는데요. 이 내용이 사실일 경우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주차장 복구, 피해 차량 배상 등에 얼마만큼의 책임을 지게 될까요.
A. 아파트 관리업무는 아파트 소유자의 대표 격인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해당 용역업체가 관리사무소 직원을 채용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화재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었음에도 스프링클러 ‘정지’ 버튼을 눌러 화재가 주변에 전이되는 결과를 가져오면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됩니다. 그 직원을 고용한 아파트관리 용역업체는 사용자로서 책임을 부담하게 되고요. 다만 얼마만큼 책임을 지는지는 향후 화재의 원인 규명돼야 정확히 판단될 수 있습니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문제가 전체 손해에 어느 정도 역할을 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입니다. 일단 공동주택은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으니, 우선적으로 보험으로 처리할 부분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정소연 변호사
정소연 변호사는 제49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39기)에 합격해 2010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2012년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국선전담변호사, 2018년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보호정책과장, 2022년 법무부 인권국 인권정책과장으로 근무했다. 현재 법률사무소 다반 대표 변호사로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을 맡고 있으며 형사, 소년, 가사, 노무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