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충전, 전기차 화재 지배적 원인 아냐”
배터리 정보 공개돼야…BMS 관리가 중요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며 ‘전기차 포비아(공포증)’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시가 90% 이상 충전된 전기차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출입할 수 없게 하는 등 ‘과충전’이 유력한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국내 배터리 전문가인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 역시 과충전에 대한 공포 대신 안전을 위한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기차 화재 사고에 대한 궁금증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본다.
Q. 전기차 화재 관련 과충전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배터리를 100% 충전하면 위험하다는 것이 사실인지?
A. 그 내용이 일반인이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다. 100% 충전은 굉장히 상대적인 개념이다.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의 100%는 g당 275밀리암페어시(mAh) 정돈데 우리가 실제로 쓰는 건 200~210mAh 정도다. 이걸 100%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충전의 깊이(충전율)와 화재가 관련이 있냐 물으면 당연히 관련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범위 내에서 지배적인 관련은 아니다. 과충전은 기본적으로 배터리 셀 제조사나 자동차업체 차원에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으로 이미 차단된 상태다.
Q. 급속 충전과 완속 충전이 화재 발생률에 영향을 미치는가?
A. 충전의 깊이와 비슷한 얘기다. 우리가 얘기하는 15분, 20분 만에 80%까지 충전한다는 속도는 안전 마진 등 모든 것이 검증된 설계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충전 속도가 연관이 없지는 않지만 화재의 지배적 요인은 아니다.
Q. 벤츠 화재 사고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A. 전소됐기 때문에 원인을 알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결국 셀 내부 결합이 가장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제품이든 제품별로 퀄리티가 다르다. 셀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편차가 날 수밖에 없다. 그 차이가 합리적인 범위에 있기 때문에 제품이 출하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 매니지먼트(BMS)가 잘 관리를 해서 초동 조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느냐가 중요하다. 배터리 이상은 분명히 온도나 전압 변화 등 시그널(징조)이 있다. 전압이나 온도를 컨트롤 하면 당연히 (문제가) 보일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사고라고 생각한다.
Q. ‘파라시스’라는 낯선 배터리 셀 제조사의 등장으로 소비자가 더 두려움을 느낀 것 같다.
A. 개인적으로 말하고 싶은 점은 셀 제조 회사뿐만 아니라 셀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케미스트리 등등이 어느 정도는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배터리 회사, 자동차 회사가 밝히기를 꺼리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이용자들의 안전을 생각하면 당연히 어느 정도는 공개가 돼야 한다.
중국 회사의 기술력 문제로 얘기하면 안 되는 상황이다. (배터리 관련) 정보들이 공개되면 회사들의 이력과 기술력이 공개될 수 있으니 충분히 대처가 가능하다. 소비자도 선택할 권리가 있다.
Q.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위험하다고 인식하는 것에 대해서는?
A. 아직 어느 것이 더 위험하다고 특별히 검증된 상황은 아니다. 소방 당국의 발표를 보면 전기차 화재 진화가 내연기관차대비 어렵지 않다고 발표도 나왔다. (전기차 초창기에는) 정확하게 (진화) 프로토콜을 이해 못 했을 수 있다. 그래서 어느 차가 더 위험하다, 아니다를 말하기에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