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를 덮었던 경기침체 우려가 가시는 가운데 원자재 시장의 경기둔화 신호가 나타난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유가는 내리고, 금 가격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면서다.
19일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금융시장에서 가장 특이한 현상은 유가와 금 가격의 방향성이 달라진 것"이라며 "경기가 둔화로 방향을 바꾸고 있는 게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에서의 대응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일반적으로 유가와 금 가격은 경기 흐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두 변수 관계에 따라 경기 둔화 여부를 알 수 있다. 최근 상대강도 관점에서는 금이 유가보다 강한 것으로 보이지만, 글로벌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어 상품가격에서 보내주는 신호를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단 금 가격이 강한 이유는 달러 약세에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며 "두 변수는 대표적으로 부의 상관성을 나타낸다. 가치저장 수단으로써 서로 경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8월 초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일시적으로 심화되어 금 가격 상승세가 강해진 상황에서 미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까지 더해지자 금 가격은 더욱 강세를 나타냈다. 16일 종가 기준으로 금 가격은 온스당 2500달러에 거의 근접했다.
김 연구원은 "달러 약세를 자극하는 금리 인하는 미국 경제가 불안할 때 진행된다. 그 결과 경기 방어 특성을 가진 금은 더욱 강해질 명분을 얻었다"며 "추후 미국의 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당분간 금 강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유가와 달러의 상관성이 이전과 다른 점도 주목된다. 원자재는 달러로 결제가 되므로 달러와 유가는 서로 방향이 다르나 최근에는 두 변수 간 상관성이 정의 관계에 있다. 공급 측면에서 미국 원유재고가 늘어난 게 유가 약세를 자극했다.
그는 "이는 유가 방향 결정에서 실제 수요 여부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며 "미국도 드라이빙 시즌을 맞아 원유 수요가 늘면서 재고가 감소했다. 그러나 8월 둘째 주에 재고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소비 둔화 가능성이 불거진 상태"라고 짚었다.
추가로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에서 원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유가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 EIA(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3분기 원유 수요와 관련해 중국 소비 분이 일간 1614만 배럴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어 중국의 소비둔화가 글로벌 경기둔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