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고객 대상 개인 취향 고려해 추천…판매해도 공개 안해"
대형마트, 통합매입ㆍ사전계약 통해 '가성비 높이기' 총력전
"마트 MD, 신선식품 선물세트 가격 맞추려 '일기예보' 체크 일상"
작년에 이어 올해도 유통업계가 선보이는 추석선물세트 가격대가 극과 극이다. 백화점을 필두로 수억원에 이르는 초고가 프리미엄 상품이 나온 반면 대형마트 등에서는 1만원 이하 가성비 선물세트를 선보이며 제각각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내달 추석명절을 앞두고 공개된 최고가 선물세트는 대부분 술 제품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맥켈란 레드 컬렉션 78년(700㎖)을 2억4000만 원에, 현대백화점은 샤토 라투르 버티컬 컬렉션 와인 한 세트(24병)를 1억 원에 각각 내놨다. 롯데백화점은 싱글몰트 위스키 ‘달모어 40년산’(3700만 원)을 단 1병 한정판매한다. 전세계 12병만 한정 생산된 블랜디드 스카치위스키 ‘윈저다이아몬드쥬빌리’도 편의점 GS25의 사전예약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이 위스키의 가격은 1병(700㎖)당 5억 원이다.
초고가 선물세트는 과연 어떻게 공수하며, 실제 거래는 이뤄질까?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초고가 선물의 경우 VIP 고객 취향을 반영해 개인별 맞춤 상품 추천과 물밑 영업을 통해 상품을 공수하고 실제 판매까지 진행한다. 일반 상품처럼 매대에선보인다고 해서 바로 구매로 이어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부분의 백화점들은 자사 점포에 입점한 하이엔드 브랜드 업체를 통해 초고가 상품을 공수한다.
일례로 맥켈란 레드 컬렉션의 경우 신세계 강남점 내 와인 전문숍 ‘버건디앤(&)에서 공수해 고객 품에 안긴다. 업계 관계자는 “초고가 주류 상품은 VIP 고객이 어떤 취향을 갖고 있는지 사전 데이터를 확보해둔 만큼, 담당자가 개별추천을 하고 고객이 관심을 보이면 구입까지 도와드린다”며 “최종 상품 픽업도 VIP 라운지를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수 백만원 대 프리미엄 한우 선물세트 등은 개인보다 기업에게 특히 인기다. 선물세트 구성은 천차만별이나, 대부분의 백화점은 구매 여력이 큰 기업 고객을 상대로 프리미엄 세트에 방점을 찍고 최고급 한우등급을 선별해 세트를 구성한다. 현대백화점은 1++(1등급 투플러스) 한우 중에서도 마블링 최고 등급(No.9)만으로 구성한 한우선물세트를 300만 원(현대명품 한우 넘버나인)에 판매하고,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등급 제품을 250만 원(신세계 명품 한우 더 넘버나인)대로 구성해 판매 중이다.
다만 초고가 선물세트는 실제 판매 여부 등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종의 업계 불문율로 통한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초고가 선물세트가 얼마나 판매됐는지, 완판됐다 해도 이를 공개할 수 없다”며 “외부에 알려지길 꺼리는 VIP 고객들의 컴플레인(불만)이 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화점과 달리 대형마트업계는 올 추석에도 ‘가성비’ 선물세트 구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9900원 김 세트, 4만 원대 사과 선물세트(11∼13입), 3만 원대 당도선별 배 선물세트(8∼9입) 등을 판매 중이다. 홈플러스도 전체 선물세트의 68%를 3만 원대 이하 실속형으로 마련했다. 이마트는 사과 선물세트 가격을 작년 추석보다 10% 가량 낮은 가격에 책정했다.
대형마트 MD들은 고품질 상품을 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대형마트의 구매력이 클 수록 계열사 간 통합 매입이 가능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마트와 이마트트레이더스 등이 통합매입 방식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얻고 있다. 다만 선물세트 제품 구성은 유통사와 제조업체 요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대형마트업계 한 관계자는 “과일 등 신선식품은 보통 2~3개월 전부터 판매 물량 등을 계획해 가격협상을 한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저장고에 물량을 비축한 설 명절과 달리) 추석은 산지 동향이 시시각각 변해 MD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발품을 많이 판다”면서 “MD들 사이에선 일기예보를 병적으로 본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