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조치' 검토…일부 은행 선제 조치 나서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확대 카드'를 낼 시기를 고심하고 있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DSR 적용 범위 확대 등 추가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열린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가계부채 증가추이와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보아가며 필요한 경우 추가 조치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추가 조치로 논의된 것은 DSR 적용 범위 확대, 은행권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등이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는 경우, 내달 1일부터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과 은행권 내부관리 목적의 DSR 산출 등을 골자로 하는 ‘하반기 가계부채 관리방안’이외에 추가적인 규제방안을 동원해서라도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다.
DSR이란 연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차주의 상환능력을 의미하고 대출의 한도를 결정한다. 전세자금대출, 보금자리론 등 정책성대출, 중도금·이주비 대출, 1억 원 이하 신용대출 등은 DSR 적용이 면제된다.
문제는 현재 DSR이 적용되지 않는 대출 취급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대출 신규취급액 126조 원 중 DSR 적용 대출은 33조 원으로 약 26%에 불과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은행을 통해 가계에 공급된 대출 중 전세자금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월 말 15%로, 2016년 말 5%에서 급격히 증가해 가계대출의 가파른 증가를 견인했다.
전문가들은 DSR 예외 대상을 축소해야 가계부채 관리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DSR 적용 예외 대상 대출이 많은 상황에서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만으로는 가계대출 관리에 역부족”이라며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 등도 DSR 적용 범위에 포함해야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가계부채 현황 및 위험요인’ 보고서를 통해 “다른 유형의 대출에 비해 전세자금대출은 만기일시상환 비중이 높아 가계대출의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추후 가계부채 증가 추이 등을 봐가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혁준 나이스(NICE)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전세자금 대출은 서민이 많이 받는 상품인 만큼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달에 나온 관리방안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진정되면 굳이 추가적인 규제를 할 필요가 없지만, 효과가 없거나 약하면 이른 시일 내에 전세자금대출 등에 대한 DSR 적용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하반기 관리방안으로 은행권에 모든 가계대출 대상 ‘내부관리 목적의 DSR’ 산출을 주문한 것을 두고 DSR 확대 전 ‘준비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본부장은 “당국이 은행권 모든 가계대출에 대해 내부 관리 용도로 DSR을 산출하라고 한 것은, DSR 적용 범위를 본격적으로 넓히기 전 준비 단계에 진입했다는 의미”라며 “1~2분기 정도 내부 관리용으로 산출하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 상황을 따져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주담대에 대한 위험가중치 상향도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추가 조치로 검토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주담대 영업을 소극적으로 하게 될 것이라는 복안이다.
은행권은 이 같은 당국의 기조에 발맞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다. 이날 신한은행은 26일부터 조건부로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중단 대상은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조건, 주택 처분 조건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