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많은 8~9급 자발적 퇴사자 대다수...공무원 시험 인기도 ‘뚝’
“업무 과중 해소 위한 인력 확충과 열악한 처우 개선 시급해”
지난해 스스로 사표를 내고 공직을 떠난 중앙정부 공무원(국가직)이 1만6000명을 넘어서면서 관련 통계작성 이래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일반 기업 대비 적은 임금과 과도한 업무량 등이 공무원의 자발적 퇴직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한 국가공무원(일반직·특정직·별정직) 수는 전년보다 832명 늘어난 2만8836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의원면직 공무원 수는 1만6593명으로 전년보다 1164명 늘었다. 의원면직은 공무원이 스스로 원해서 퇴사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의원면직 공무원 수는 2014년 설립된 인사혁신처가 처음으로 인사혁신통계연보를 발간한 2015년(전년도 조사 결과) 이래 처음으로 1만6000명을 돌파했다.
의원면직 공무원 수는 2014년 1만4923명, 2015년 1만5535명으로 늘어나다 2017년엔 9225명으로 줄었다. 2018년엔 1만694명으로 증가세로 전환됐고, 2019년 1만2485명, 2020년 1만3093명, 2021년 1만4312명, 2022년 1만5429명, 2023년 1만6593명으로 6년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전체 퇴직 공무원에서 의원면직 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55.1%)보다 2.5%포인트(p) 늘어난 57.6%를 기록했다. 이는 정년, 임기만료, 사망 등으로 공직을 떠난 당연퇴직자 비중(전체의 41.4%)보다 16.2%p 더 많은 수치다.
의원면직은 주로 5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 사이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일반직 기준 의원면직 공무원은 5654명으로 이중 6~9급 공무원이 61.2%(3461명)을 차지했다.
주로 청년들이 많은 8~9급의 경우 스스로 사표를 내고 관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8급·9급 퇴직자는 각각 666명·766명으로 이중 의원면직자가 616명·715명이다.
세종관가 한 9급 공무원은 "같이 입사한 동기 중 적지 않는 수가 그만두고 공기업이나 중견 이상 기업체 입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기대보다 적은 공무원 임금으로는 결혼과 내집 마련이 쉽지 않고, 받는 임금 대비 업무량이 과도하다는 것이 퇴직 이유였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공개하는 ‘공무원보수의 민간임금접근율’을 보면 지난해 민간 대비 공무원 보수 수준은 83.1%로 200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올해 9급 공무원 초임 평균 월급은 251만 원(연봉 3010만 원)으로 작년보다 6% 인상됐지만 여전히 민간 기업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신입 연봉이 5000만 원을 넘는 대기업들과는 차이가 더 크다
사람을 상대하면서 발생하는 갈등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그만 두는 공무원도 적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조사·제재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고위공직자는 "부당행위가 의심되는 기업을 찾아 현장조사에 나선 젊은 공무원들이 증거자료 확보 과정에서 기업 측의 험한 말도 듣고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이를 정신적으로 이겨내지 못해 공정위를 떠나는 젊은 직원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이렇다보니 공무원 시험에 대한 인기도 시들해지고 있다. 통계청의 청년층(15~29세)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5월 기준 청년들이 취업시험을 준비하는 분야는 일반기업체가 29.7%로 가장 많았다. 일반 공무원은 23.2%로 뒤를 이었다.
남녀 모두 취업시험 준비 분야 1위가 일반공무원에서 일반기업체로 바뀐 것은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래 처음이다. 2006년 첫 조사 당시만 해도 일반공무원 시험 비중은 40.7%에 달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발적으로 공직을 떠나는 공무원들이 늘어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큰 손실인 만큼 업무 과중 해소를 위해선 인력 확충이 필요하고, 현재 일하는 재직자의 저임금 등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