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포워드가이던스에서 금통위 4명 “3.5%보다 낮은 수준 인하 가능성”
내수부진보다 금융안정에 무게 둬…“부동산 가격, 빨리 막아야”
영끌족 전할 메시지로 “금통위, 부동산 상승 심리 부추기는 통화정책 안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2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소수의견 없이 전원일치로 동결을 결정했다. 3개월 시계의 포워드가이던스에서는 금통위원 4명이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했다. 포워드가이던스에서 4명이 ‘인하 가능성’ 의견을 밝힌 것은 역대 최대다. ‘금리 인상’에 대한 포워드가이던스 의견이 많았던 시기는 작년 2월로, 당시 5명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총재는 금통위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여과 없이 내비쳤다.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는 “빨리 막아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달 금통위에서 내수 부진(금리 인하 요인)과 금융안정(금리 동결 요인)이란 상충관계에서 금융안정에 더 방점을 찍었다고 밝혔다. 내수 부진은 “대응할 수 있다”고 표현한 반면, 금융안정에 대해서는 “지금 시그널을 막지 않으면 조금 더 위험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이 총재는 “현재 내수 상황에 대해서는 분명히 내수가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동결한 것은 금융안정 측면의 웨이트(무게)를 더 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부동산이란 특정 지역의 자산 가격이 통화정책의 목표는 아니지만, 금융안정의 가장 큰 리스크가 부동산에 기인한 가계부채이기 때문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 현상에 대해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 → 서민 집 마련 어려움 → 정책금융 → 부동산 가격 상승’이란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정책 의도와 달리 높아진 주택가격이 정책금융을 더 많이 하게 하고 그 많은 정책금융으로 해서 다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그런 고리가 만들어진 현상이기 때문에 이것은 어느 정도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게 전할 메시지를 묻는 말에 이 총재는 “예전 수준의 0.5% 수준의 금리수준으로 조만간 내려가서 영끌을 통해서 굉장히 많은 부채를 냈을 때 그 부담이 적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말씀드릴 수 있는데 지금 현재 금통위원들께서는 한은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심리를 부추기는 그런 정도로 통화정책을 운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날 이 총재는 10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총재는 “3개월(포워드 가이던스)이라는 것은 10·11월이 다 포함돼 있다”면서 “여러 지표가 서로 다른 답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판단해서 10월에 결정할 것이고, 그것을 또 11월에 결정할 수도 있다. 어느 방향으로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정치권, 정부 기관에서 내수 회복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하는 것에 대해 견해차가 있음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당연히 금리인하가 소비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겠지만 그 양은, 지금 정치권이라든지 다른 여러 기관에서 금리를 낮춰야 소비가 많이 회복된다고 하는 것은 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소비가 줄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가 소비를 크게 끌어내는데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소비가 떨어지는 것은 인구와 관련된 구조적인 요인도 많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어서 금리를 낮추더라도 분명히 도움은 되겠지만, 소비 증가에는 제약적으로 다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금통위의 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이례적으로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권한이지만 내수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