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러 영공 활용해 1시간 가까이 비행시간 줄여
中 경기 부진에 중국 해외여행 수요 줄어
중국 항공사들이 중국 본토에서 외국 경쟁사들을 밀어내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서방 항공사들은 중국을 오가는 노선 축소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항공·공항 서비스 평가기관인 시리움(Cirium)에 따르면 중국 남방항공과 동방항공, 에어차이나 등 이른바 빅 3 항공사들이 올해 중국 본토행 항공편 좌석의 63%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망대로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대비 10%포인트(p)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출발해 중국으로 가는 노선 역시 중국 항공사의 점유율이 2019년 47.6%에서 올해 말 57.1%로 늘어나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빅3 항공사들이 약진의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의 영공 폐쇄’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항공사들의 러시아 하늘길이 폐쇄됐다. 그 결과 서방 항공사들은 동아시아 지역을 오갈 때 러시아 영공을 우회해야 한다. 반면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은 러시아를 통과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연료와 시간, 노동력이 적게 든다.
예를 들어 11월 영국 런던에서 상하이로 갈 때 중국 동방항공의 이코노미석 이용하면 왕복 682달러면 갈 수 있는데, 영국항공(British Airways)를 이용하면 843달러를 내야 한다. 비행시간도 출발항공편 기준 1시간이 더 소요된다.
수익성이 떨어지자 영국항공, 호주 콴타스항공, 영국 버진애틀랜틱항 유나이티드항공 공 등이 일부 중국 노선 운영을 중단하거나 중단할 예정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외항사들이 지난 5년간 중국행 노선의 41%가량을 축소했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아시아 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의 원인으로 중국의 ‘과잉공급’을 지목했고, 유나이티드항공은 중국 노선 사업 축소를 ‘뉴노멀’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부 외항사들은 중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중국 항공사들이 항공편을 늘려 수용 인원을 늘리는 관행이 “반(反) 경쟁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러시아 하늘길이 다시 열리면 이러한 서방과 중국 항공사 간의 불균형이 해소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외국인들의 중국 여행 수요 자체가 예전보다 감소해 서방 항공사들의 노선 축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중국의 중산층이 주도했던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수요도 경기 부진 여파에 자국 내 여행으로 대체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파트너인 스티브 색슨은 “코로나19 이후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수요는 외국인들의 중국 방문 수요보다 높다”면서 “유럽 항공사들은 낮은 수익성으로 중국 노선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항공편을 재배치할 더 좋은 지역을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