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도 그렇다. 현생인류(homo sapiens)는 20만 년 전에 나타나 동물과 별 차이가 없는 생활을 하다가 불과 1만 년 전인 신석기시대에 와서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시작했고, 18세기 산업혁명으로 기술이 발달하면서 농업생산성이 급증함에 따라 기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결국 인류가 살아온 99.99% 기간 동안 늘 배가 고픈 상태였다는 의미이고, 우리 몸의 물질대사 작용도 거기에 맞춰져있다. 다시 말해 우리 몸은 한 번 들어온 영양분을 절대 버리지 않고 쓰고 남으면 저장해 두는 쪽으로 진화해 온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음식문화는 어떤가? 일부 비타민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양분들이 넘쳐나고 있다. 탄수화물 지방이, 설탕 소금이 넘쳐난다. 소금이 얼마나 귀했으면 금이라 했나? 고대 로마에서는 성인 발 크기의 소금 한 덩어리로 하인 한 명을 살 수 있었고, 병사(soldier) 봉급생할자(salaryman)의 어원도 돈처럼 통용됐던 소금에서 유래했다.
컵에 물이 차면 흘러넘치는 것처럼 몸도 남은 영양분을 흘려버리면 좋을 텐데, 그렇게 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한사코 저장하려고 한다. 우선 간에 저장하고 간이 꽉 차면 내장지방이나 피하지방형태로 저장한다. 비만의 시작이자 대사질환의 출발선이다. 음식문화는 21세기고 대사 작용은 석기시대인 셈이다. 일종의 대사지체(metabolism lag)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비만 등 대사질환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다.
그럼 어찌해야 하나? 정답은 쉽다. 누구나 알고 있기에 어느 목사님의 말씀으로 대신하겠다. “콜라 사이다는 먹을 때 좋아요? 먹고 나서 좋아요?” “운동은 할 때 좋아요? 하고 나서 좋아요?”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