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관련 법안 잇따라 발의
금융권 "금리 손봐야" 힘 실어
계속되는 고금리와 2·3금융권의 높아진 대출 문턱에 저신용·저소득자 등 금융 취약계층이 제도권 밖으로 떠밀리고 있다. 은행권-2금융권-대부업권으로 이어지는 대출 사다리가 줄줄이 무너지면서 이자율이 수천 퍼센트(%)에 달하는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불법 사금융으로 인한 피해가 최근 5년 새 최대치를 찍었지만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어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22대 국회에 현재 제출된 대부업법 개정안은 총 13건이다. 대부업체 등록, 감독 권한 등의 내용과 함께 불법 사금융 근절이나 서민 이자 부담을 완화하는 법안이 다수를 차지한다. 21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이 총 34건 발의됐지만 단 한 건만 통과한 채 모두 폐기됐다.
정치권이 손을 놓은 사이 불법 사금융 피해는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신고 건수는 6232건이다. 같은 기간 2020년 3200건 △2021년 3967건 △2022년 4002건 △2023년 5687건으로 5년 중 가장 많은 수치다.
높아진 대출 문턱에 취약계층들이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밀려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린 사례도 늘었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흘러간 저신용자(6~10등급)는 최대 9만1000명으로 추산됐다.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된 후 자금조달 비용이 커진 대부업체들이 영업을 중단하거나 저신용자를 배제하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불법 사채 시장으로 몰린 영향이다.
실제 지난해 말 등록 대부업체의 대출 잔액은 12조5146억 원으로 전년 말(15조9000억 원) 대비 3조3854억 원(21.29%) 감소했다. 대부업 대출이 거절돼 불법 사채로 눈을 돌린 저신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만 24조4000억 원에 달했다.
불법 대부행위가 기승을 부리자 정치권에서도 불법 사금융 근절을 위한 법안을 잇따라 내놓았다. 지난달 27일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대부업자로 등록하기 위해 필요한 자기자본 요건을 현행 1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미등록대부업의 경우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 전부를 무효화하고 지급된 원금과 이자에 대해 반환 청구할 수 있도록 명시해야 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현재 5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물게 돼 있는 대부업법 처벌 규정을 5억 원 이하로 상향하는 내용도 담겼다.
금융권에선 정부가 불법 사금융 처단에 강력한 의지를 밝힌 만큼 이번 국회에서 해당 법안들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20%로 묶여 있는 법정 최고금리 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법정 최고금리를 인상하는 등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대부업체의 숨통을 조이면 오히려 자영업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우려가 있어 시장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법정 최고금리를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