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3일부터 내년 3월까지 개최
"소통, 연대 가치에 주목하며 동시대적 의미 탐구"
인종과 국적, 성별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를 수밖에 없다. 몸이 다르기 때문이다. 몸은 인종과 국적, 성별이 서로 교차하고 충돌하는 장소다. 몸을 해석하는 일은 결국 우리가 딛고 있는 사회를 해석하는 일과 같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3일부터 열리는 전시 '접속하는 몸-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은 바로 이 같은 몸의 특성과 본질을 탐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은 저마다의 관점을 통해 몸이 가지는 소통, 접속, 연대의 가치를 예술로 형상화했다.
이번 전시에는 신체성의 관점에서 1960년대 이후 주요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 130여 점이 소개된다. 전시는 각 주제에 따라 6부로 구성됐다.
1부 '삶을 안무하라'에서는 식민, 냉전, 전쟁, 이주, 자본주의, 가부장제 등 아시아의 복잡한 근현대사 속에서 신체에 새겨진 삶의 기억과 경험을 표현한 아시아 주요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식민과 전쟁의 아시아 근대기에 활동한 한국, 타이완, 베트남의 여성 예술가의 삶을 다룬 남화연의 신작 영상과 베트남 국적의 작가 타오 응우옌 판의 영상도 주목할 만하다.
2부 '섹슈얼리티의 유연한 영토'에서는 성과 죽음, 쾌락과 고통 등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영역이나 이미지를 다루면서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사회 규범과 문화적 가치에 의문을 던지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3부 '신체· (여)신·우주론'에서는 아시아 각국 고유의 민간 신화에 등장하는 신을 작업의 주요 표현 대상으로 삼거나 우주론의 관점에서 신체를 우주의 축소판으로 바라보았던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4부 '거리 퍼포먼스'에서는 거리와 일상의 공간을 무대 삼아 진행한 퍼포먼스들을 소개한다. 5부 '반복의 몸짓-신체·사물·언어'에서는 신체 퍼포먼스의 반복성에 주목한다. 싱가포르 작가 아만다 헹의 거리 퍼포먼스 '걸어갑시다'(1997-2001) 등 젠더, 환경, 이주, 인종 등 도시 공간의 다층적인 현실을 표현한 작품들이 대거 소개된다.
6부 '되기로서의 몸-접속하는 몸'에서는 정신과 육체, 인간과 자연, 주체와 객체, 인간과 비인간, 남성과 여성 등으로 구분하는 이분법과 위계에 도전하고자 했던 일련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한편, 이번 전시를 위해 배우 이청아가 전시를 설명하는 오디오가이드에 목소리 재능 기부로 참여했다.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의 주요 작품을 특유의 꾸밈없고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설명해준다. 이청아의 오디오가이드는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안내 앱을 통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 속 비서구 여성 미술이 지닌 동시대적 의미를 미술사적으로 살펴보며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을 주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