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월까지 영업점 금융사고 987억… 손태승 우리금융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일부 포함
제도개선책 마련, 정기검사 시 여신 프로세스 점검 강화
최근 대형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재발방지책 마련에 나선다. 여신프로세스 허점을 잘 아는 은행 내부직원이 부당대출을 주도하는 사례가 빗발치면서 여신프로세스를 보완하고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금융감독원은 3일 여의도 본원에서 박충현 은행 담당 부원장보 주재로 11개 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 은행연합회와 '여신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TF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은행권 공통의 여신 프로세스 보완 필요성과 개선 추진과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박 부원장보는 "부당대출‧횡령 등 연이은 금융사고로 은행산업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신뢰회복을 위해 금감원‧은행권이 다 함께 상황인식을 공유하고, 힘을 같이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이 여신 프로세스 개선 TF를 추진한 것은 금융사고와 관련해 은행권 공동의 대응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사고는 여신 프로세스상 허점을 잘 아는 내부직원이 승진‧투자 등 개인적 동기로 부당대출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고, 규모도 대형화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100억 원 초과 영업점 여신사고는 지난 5년(2019~2023년)간 1건(150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8개월 만에 7건, 987억 원으로 급증했다. 올해의 경우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건이 일부 포함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는 우리은행의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350억 원 중 서류위변조나 담보가치를 부풀리는 등 배임 관련된 사항을 일부 반영했다”고 말했다.
영업점 여신업무에 대한 내부통제도 취약한 실정이다. 점포‧인력 축소 등으로 영업점 직원의 업무부담이 증가하며 자체 내부통제상 취약점이 나타나고 있다. 여신업무의 디지털화로 스캔보관되는 여신 관련 증빙서류들에 대한 진위성 확인 절차도 미흡한 상황이다.
이날 TF에서는 은행권이 제출한 개선계획, 검사 과정에서 식별된 여신 프로세스상 취약점 등을 바탕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요 개선과제는 △여신 중요서류에 대한 진위확인 절차 강화 △담보가치 산정 및 검증 절차 개선 △임대차계약의 실재성 확인 강화 및 자금의 용도외유용 사후점검 기준 보완 등이다.
구체적으로 소득·재직서류 요구 시 공공마이데이터 징구 원칙을 규정화하고, 매매·분양계약서 등 중요 서류의 진위 확인을 강화한다. 담보가치를 부풀려 대출 한도를 높이는 사고가 잇따르는 것과 관련해서는 영업점 담보가치 산정과 관련한 검증 절차를 엄격히 하기로 했다. 본점이 직접 들여다보는 심사 기준 금액을 조정하고, 영업점 자체 평가에 대한 본점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장기 미분양 등 취약 물건 담보 평가에 대한 평가·검증 절차도 개선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제도개선과 함께 정기검사시 여신 프로세스 점검을 강화한다. 더불어 금융사고에 책임있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다.
박 부원장보는 "제도 보완이나 사후제재만으로 위법‧부당행위를 방지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일선 직원들이 높은 윤리의식, 책임감을 바탕으로 여신업무를 할 수 있도록 준법교육에도 각별한 신경을 써 달라"고 당부했다.
킥오프 회의 이후 9~10월 중 실무작업반 회의를 진행하고 개정안을 마련한다. 이어 연내 모범규준 개정할 계획이다. 개정안에는 금융사고 예방지침, 자금용도외 유용 사후점검준칙 등이 포함된다.
참석자들은 "은행산업 신뢰회복을 위해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하고, 실질적인 개선방안을 도출함으로써 금융사고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