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문 닫은 곳은 30여 년 전 미국 공장
전기차 전환 부진·중국과 경쟁 격화 원인
일자리 2만 개 증발 전망에 노조 반발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내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대규모 비용 절감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회사 내 브랜드들은 종합적인 구조조정을 거쳐야 한다”며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생산과 부품 공장 폐쇄도 더는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유럽 자동차산업은 매우 까다롭고 심각한 상황에 부닥쳤다”며 “경제 환경은 더 어려워졌고 새로운 경쟁자들이 유럽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특히 제조 지역으로서 독일은 경쟁력 측면에서 더 뒤처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폭스바겐은 독일에서 볼프스부르크, 브라운슈바이크 등 6곳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델스블라트 등 독일 매체들은 폭스바겐이 최소 완성차 공장과 부품 공장을 각각 1곳씩 폐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영진이 검토 중인 구조조정에는 노조와 맺은 30년 된 고용 보호 협정 종료도 포함됐다. 협정은 2029년까지 유효하지만, 시한을 앞당기려 하고 있다.
토머스 셰퍼 폭스바겐 브랜드 CEO는 “긴급하게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선 1994년부터 시행된 고용 보장 프로그램을 종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상황이 극도로 긴박하고, 간단한 비용 절감 조치로는 해결될 수 없다. 협상을 곧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매체 슈피겔은 이번 결정으로 독일에서 일자리 2만 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독일은 경제가 침체한 상황에서 고용시장마저 흔들려 국가 전반적으로 더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폭스바겐의 구조조정 소식을 투자자들은 환영했다. 유럽증시에서 폭스바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68% 상승했다. 주가는 올해 들어 13% 하락한 상태다.
반면 노조는 강력히 반발했다. 독일 최대 산업 노조인 IG메탈은 “이번 계획은 자동차 제조업체의 기반을 흔드는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폭스바겐이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전기자동차로의 전환 속도가 더디고 중국 경쟁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럽 내 전기차 수요 감소도 업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앞서 폭스바겐은 2분기 전 세계에서 224만3700대를 인도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대비 3.8% 감소한 것이다. 특히 중국으로의 공급이 19.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업 마진율은 지난해 4.1%까지 올랐다가 올해 상반기 2.3%로 하락했다. 폭스바겐이 2026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목표치인 6.5%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블룸버그는 “폭스바겐의 여러 임원이 노조 갈등으로 떠난 상황에서 본격적인 분쟁은 CEO에게 큰 시험이 될 것”이라며 “이런 계획들은 기업 투자가 억제된 독일의 경제적 어려움을 악화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