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남아 돌면서 쌀값 하락세…농가 시름
지난해 1인당 쌀소비량이 30년 새 반토막이 나고 27년째 사상 최저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나타났다.
이로 인해 시중에 쌀이 남아돌아 산지 쌀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농협 등과 함께 쌀 소비 촉진 행사를 전개하고, 농가가 벼를 대신해 다른 품종을 재배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8일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kg으로 전년대비 0.3kg(0.6%) 줄었다. 이는 196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양이다.
30년 전인 1993년 소비량(110.2kg) 대비해 절반 수준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은 1996년부터 매년 사상 최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1인당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전년보다 0.9g(0.6%) 감소한 154.6g를 기록했다. 밥 한 공기를 짓는데 대략 쌀 100g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하루 한 공기 반 정도를 먹는 셈이다.
식생활이 서구화하면서 빵을 비롯한 즉석식품 수요가 늘고 온라인 식품 배송과 배달 음식 주문도 많아지고 있는 것이 쌀 소비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쌀 소비량이 계속 줄면서 농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쌀 공급량 대비 수요가 줄어 쌀 가격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농가 경영에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아르(a)당 쌀 생산량은 523kg로 1년 전보다 1.0%(5kg) 늘었다. 올해도 풍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시장에 남아도는 쌀이 많다보니 4일 기준 쌀 가격은 20kg당 4만8000원(평균)으로 전월보다 1.4%(660원), 전년보단 3.6%(1748원) 하락했다.
이에 현재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민단체들은 산지 쌀 가격 안정화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쌀값 안정화를 위해 안감힘이다. 최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쌀 5만 톤을 추가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농협도 재고물량 쌀 10만 톤 중 5만 톤을 가공용이나 수출용으로, 나머지 5만 톤은 쌀 소비 촉진 행사 등으로 재고 소진에 나서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 농식품부 산하 기관들도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아침밥 먹기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젊은 층 사이에서 관심을 높은 전통주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일본 사케의 경우 쌀이 많이 소요되면서 술의 품질도 좋다. 그러다보니 일본 전통주 시장에서 지역주 범위가 넓다. 우리도 이를 고려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현재 쌀이 남아 도는 만큼 벼농사 농가가 밀 등 전략 작물 재배 직불금을 적극 이용해 다른 작물로 심을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쌀 가격 안정화를 위한 대안으로 쌀 예상 생산량조사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은 쌀 수확기보다 조금 앞선 9월 중순 쌀 생산량조사를 시작해 10월 초 쌀 예상 생산량 조사 결과를 먼저 발표한다.
해당 조사 결과는 정부의 당해연도 쌀 수급대책 수립기 농가의 시장 선택이 적시에 진행되도록 쓰이는데 쌀 예상 생산량과 실제 생산량 간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0~2023년 실제 생산량과 예상 생산량을 비교한 결과 14개년 중 8개년에서 4만 톤 이상 차이가 났다"며 "정부는 당해연도 쌀 예상 생산량 자료를 바탕으로 수매 방출 대책을 수립하는데 실제 생산량과 예상 생산량 차이가 크다면 적절한 수급대책 수립이 어렵고 이는 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쌀 생산량 추정의 정확도를 제고하기 위해 실제 지배되는 품종을 고려해 조사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현백률(현미를 도정해 백미가 나오는 비율)·감모율(미강 발생율)에 대한 현실적 조정을 통해 통계 정확도 개선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