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에 인공지능(AI) 열풍을 불러일으킨 엔비디아의 주가가 예전 같지 않다. 최근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엔비디아는 지난달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가 내리막을 걷는 모습을 보였다.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 당일부터 6.9% 하락하더니 이달 3일에는 9.53% 급락했다. 엔비디아는 약 2800억 달러 수준의 시가총액이 사라졌으며, 이는 역사적으로 단일 발생한 손실 기준 가장 큰 폭이었다.
17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주가 하락을 이끈 요인을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경기불안, 미 법무부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 조사 △엔화 강세 등이다.
먼저 경기불안이다. ISM 제조업 PMI는 47.2포인트를 기록해 예상(47.4p) 수치를 밑돌았다. 제조업 선행지표라 알려진 신규주문 역시 44.6p를 기록해 전월(47.4p)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ISM 제조업 PMI 결과뿐 아니라 근래 구리가격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경기 불안을 가중시켰다. 경기에 자신감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경기 민감주 중심의 낙폭이 커지기 마련이다. 연초 대비 118% 오른 엔비디아는 경기 불안의 제물이 될 수 있다.
인베디아에 대한 미국 법무부(DOJ)의 소환장 발송도 주가 급락에 일조했다. DOJ는 엔비디아가 자사 고객이 다른 공급업체로 전환하는 것을 어렵게 하거나 자시 칩을 독점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고객에게 불이익을 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분야의 높은 시장점유율 기반으로 70% 중후반의 매출총이익률을 기록해 오던 엔비디아에 반독점 조사는 치명적이다.
내부 정보 이용 관련 의혹도 불거졌다. 법무부 소환장 발송 관련 외신 기사는 장 마감 이후 24분 뒤 공개됐다. 장중에는 관련 소식이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주가는 이를 선반영했다. 이 때문에 관련 내부자들이 존재한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내부자 거래 우려가 발생한다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가 이어질 수 있다. 이 역시 주가에 부정적이다.
엔화 강세에 따른 엔캐리트레이드 청산도 대표 기술주인 엔비디아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엔화 강세로 엔캐리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엔화를 매수하게 될 경우 기술주는 매도하게 된다. 해당 매커니즘이 과거 증시 폭락의 근거로 작용했던 만큼 엔화 강세 역시 기술주 매도 압력으로 작용했고, 그 타깃이 엔비디아로 설정됐을 여지가 있다. 최근 M7이 기관 공매도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도 낙폭을 확대하는 요소다.
엔비디아는 블랙웰 지연에 따른 3분기 수요 공백, 낮아진 성장 가속도 등에 따라 단기적 관점에서 주가 부침이 예상된다. 대선이 있는 해의 9월은 전통적으로 힘든 달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엔비디아의 주가는 단기적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다만, 단기 조정 국면이 종료되고 4분기 지연된 블랙웰 판매가 시작되며 꾸준한 성장세를 증명할 경우 주가가 다시 반등할 여지도 있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약간의 눈높이 조정은 필요하겠으나, 근본적 사업모델이 꾸준히 캐시카우 역할을 하며 견고한 만큼 지금의 주가 흐름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