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기존 전망보다 낮아질 것…투자 조정 필요
최근 세계 전기차·배터리 판매 증가세 둔화와 중국의 부상으로 우리 전기차·배터리 산업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하며, 중국과 경쟁하려면 생산방식의 혁신과 공급망 효율화가 절실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10일 발표한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주요 이슈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우리 자동차·배터리 산업이 판매 증가세 위축과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시장과 보조를 맞추는 수준으로 배터리 전기차 판매 노력을 강화하고 다양한 기술에 대한 대응 지속, 가성비 경쟁력 향상 및 차별화 추진, 낙관적 전망에 따른 배터리 투자 및 계획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은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이 성장세 둔화를 맞고 있다고 판단했다.
2020~22년 세계 전기차 판매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지난해 주춤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주요국 전기차 기준 10.6% 증가에 그쳤다. 특히 우리나라는 오히려 올해 상반기 15.3% 감소하기까지 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부상도 위협적이다.
작년과 올해 상반기 중국산 전기차(BEV+PHEV) 생산의 세계 시장 비중은 68%를 넘어섰고, 중국 시장을 제외한 여타 세계 시장에서도 21%가 넘는 전기차가 중국산이었다.
후발국 시장은 중국산 및 중국 브랜드 전기차가 절대적으로 태국의 경우 지난해 전체 전기차 판매의 84.2%가 중국 브랜드이고, 나머지도 거의 중국산이었다.
중국산 및 중국 브랜드 전기차가 급격하게 부상한 데는 가격 경쟁력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세계 시장에서는 여전히 전기차 평균 가격이 내연기관차에 비해 비싸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2018년 이미 전기차가 더 싸져 중국산과 여타국 생산 차량의 가격 차이는 매우 높다.
주요국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평균 가격이 여타 브랜드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중국의 발달된 부품 공급망 덕분이다. 세계 배터리 생산 능력의 70% 이상이 중국에 집중돼 있고, 세계 시장에서 중국업체들이 절대적인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가격에서 절대적 우위를 보이는 인산철 양극재(LFP) 배터리는 중국업체들만 생산하고 있는데, 최근 LFP 점유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전기차·배터리 판매 증가세 둔화와 중국 부상에 대응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산업연구원은 "기본적으로 높은 가격이 문제인데 보조금만으로 해결이 힘들고, 기업의 가격 인하 노력과 함께 규제 등을 통한 판매 확대를 독려해야 하며 공동주택 등으로 사용의 불편함 및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큰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해 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전기차와 경쟁하기 위해 중국산 및 중국 브랜드와 견줄 수 있는 경쟁력 확보도 절실하다.
미국 및 유럽 시장이 관세 장벽 등을 통해 중국 전기차를 방어해 주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 시장이나 후발국 시장 등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크게 밀리는 실정이다.
산업연구원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방식의 혁신 및 공급망 효율화 등이 필요하고, 중국의 가격 경쟁력 원천 파악을 위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율주행, 스마트화, 디자인 등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만의 차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배터리 업계도 중국 가격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LFP 대응이 당면 과제로 LFP를 우리도 생산하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더 나은 성능과 싼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산업연구원은 시장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한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산업연구원은 "낙관적 전망에 의존해 배터리 업계는 매우 큰 규모의 투자를 추진했거나 계획 중에 있는데, 배터리 전기차 시장 동향 및 새로운 전망 등을 기반으로 투자 계획 및 가동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