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개발 최대어로 부상한 한남4구역 시공권을 둘러싼 열기가 뜨겁다. 1군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2파전으로 흘러가면서 두 건설사가 10년 만에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도 커졌다. 특히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에 이어 4구역까지 수주해 '디에이치 타운'을 세우겠단 포부지만, 사업 관리 능력이 도마에 오르며 조합원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달 11일 수정된 시공사 선정 계획안을 대의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조합은 대의원회 통과를 거쳐 추석 직후 입찰 공고를 내고, 2025년 1월 18일경 시공사 선정 총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입찰보증금은 500억 원이며, 컨소시엄 입찰은 불가능하다.
한남4구역 재개발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에 지하 7층~지상 22층 51개 동, 2331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공사비는 3.3㎡당 940만 원으로 총 1조5700억 원 규모다.
시공사 입찰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응찰할 가능성이 크다. 두 건설사 영업팀은 연일 조합 사무실을 찾아가 관계자들을 만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수주를 위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잡음이 불거지는 양상이다.
최근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갤러리'를 방문한 한남4구역 조합원들에게 구역 내 우회도로를 설치하는 대신 기수주한 한남3구역 내 계획도로를 이용해 사업 기간을 12개월 단축하고, 사업비 약 2200억 원(가구당 1억9000만 원)을 절감하겠다고 제안했다. 한남4구역 내 임시 우회도로를 설치할 경우 공사 기간 지연이 발생할 수 있어 이를 해소하겠단 취지다.
문제는 한남3구역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이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한남3구역 조합이 관련 문제를 제기하며 설명을 요구했으나 현대건설이 으름장 놓는 태도를 보이며 갈등이 커졌다는 후문이다. 이에 분노한 한남3구역 조합 이사가 현대건설 사옥을 차량으로 들이받는 사건도 발생했다. 조합원들은 해당 이사의 행동을 지지하는 의미로 수백만 원을 모금하는 등 현대건설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상태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한남3구역 조합원분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남4구역 조합원들의 여론은 갈리고 있다. 브랜드만 놓고 보면 삼성물산의 '래미안'을 선호할 수 있지만, 향후 최종 입찰 조건을 보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단 분위기다.
다만 현대건설의 최근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건설이 한남3구역 등 기수주 사업장을 찬밥 취급하고, 신규 실적 쌓기에만 골몰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이 한남3구역 조합원임에도 사업 추진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는 점에서 반감이 크다.
여기에 한남3구역이 2.5배 이상 넓은 면적이다 보니, 같은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달 경우 향후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단 염려도 나온다. 한남3구역은 한남뉴타운 4개 구역 중 면적과 규모가 가장 커 대장으로 꼽힌다. 한남4구역과 인접한 입지에 들어서며 총 6006가구 규모의 '디에이치 한남'으로 건립될 예정이다. 만일 현대건설이 4구역까지 수주할 경우, 약 8400여 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급 브랜드 단지를 심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남4구역 조합원은 "한남3구역은 4구역보다 두배 이상 넓다. 때문에 외부에서 보면 3구역이 먼저 보일 수밖에 없는데, 같은 아파트 브랜드를 달면 향후 집값 등 단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