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법인대리점(GA)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면서 GA 업계가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로 ‘규모의 경제’ 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몸집이 작을수록 당국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 생존의 갈림길에 설 수 있어서다. 보험사들도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자회사형 GA를 늘리거나 안정성이 보장된 대형 GA와의 제휴로 규모를 확장하는 모습이다.
11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융사를 통해 대형 GA 등 비금융사에 대한 간접관리 방식의 운영위험 규제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추후 직접규제도 마련해 내부통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당초 금융규제는 상품을 만드는 제조사, 즉 보험사 중심으로 이뤄져 있고 판매사에는 느슨했다. 예컨대 모집수수료율 규제는 보험사의 전속설계사만을 대상으로 할 뿐, 대형 GA 소속 설계사에 적용되지 않았다.
그 결과 GA 채널은 도입 시 기대했던 소비자효용 증대 효과보다는 모집과정에서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었다. GA 업계는 금감원이 진행하는 영업검사에서 △취약한 내부통제체계 △허위계약 작성 △부당 승환계약 △설명 의무 위반 등을 매년 반복적으로 지적받아 왔다. 직접 보험상품을 만들어 판매까지 진행하는 보험사에 비해 상품 제조만을 담당하는 보험사의 규제준수 비용이 적어 불공정 경쟁이 발생하는 문제도 있었다.
금감원은 우선 판매 채널의 사고위험에 따른 보험사의 요구자본 적립을 확대해 이를 관리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위탁 GA의 판매품질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평가 기준을 마련해 정기적으로 보험사의 평가등급을 부여해, 이 등급이 낮을수록 지급여력(K-ICS) 비율의 요구자본이 더 커지도록 설정한다는 것이다. GA 관리가 미흡한 보험사와는 경영개선 협약을 체결하는 조치도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국의 내부통제 기준이 높아지면서 GA 간 인수합병 등으로 GA가 대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접규제가 등장하기 전까지 보험사는 제휴 GA의 판매 실태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간 별개의 대리점이 외형적 규모를 키우기 위해 연합한 형태인 지사형 GA의 경우 내부통제력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그러나 자회사형 GA와 본점을 중심으로 대리점을 운영하는 독립형 GA는 지점에 대한 통제권을 본사나 본점이 보유하고 있다 보니 경영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는 설계사 규모가 500명 이상인 GA만 해도 70개가 넘는 업체들이 영업 중이지만 조만간 소형사들끼리 힘을 합치거나 대형사에 합병되는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GA 영업실태에 대한 문제를 인식한 이상 대형 GA만큼은 아니겠지만, 소형 대리점에 대해서도 관리·감독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내부통제를 구축하는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소형 GA는 살아남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감원은 4월에도 소속 설계사 1000명 이상의 대형 GA를 대상으로 내부통제 워크숍을 열고 내부통제 운영실태 평가를 개선하기로 했다. 평가결과는 내년부터 대외에 공개한다.
오병국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도 금융당국의 GA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 노력은 이어질 것”이라며 “GA는 이를 성장의 기회로 삼아 보다 세심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관리하고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