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인상 여파에 공사비가 뛰며 건설경기가 침체에 빠진 가운데 업계에서는 정부의 금융 유동성 지원 요구가 늘고 있다.
1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보증상품 신용평가 대상 건설업체 1130개 중 926개(82%)가 ‘정상 미만’ 평가를 받았다. 정상 기업은 18%(204개)에 그쳤다.
재무안정성과 경영 전망 등이 양호하다고 보는 신용등급 ‘AAA’부터 ‘A-’까지의 기업은 9%만 관찰ㆍ주의 기업으로 분류됐다. 반면 채무 상환능력 악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는 CCC등급 이하는 71%가 관찰·주의·경보 기업에 해당한다.
올 상반기 건설기업 폐업 신고는 1809건이다. 2020년 상반기 대비 140% 증가한 수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7만1822가구로 2022년 7월(3만1284가구) 대비 43.5%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은 1만6038가구로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오랜 경기 불황으로 자금난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체들이 미분양까지 직면하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자진 폐업한 결과로 보인다.
정부는 신용도가 낮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P-CBO(프라이머리 자산담보부 증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신규로 발행되는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자산담보부증권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회사채 차환이 힘든 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활성화함으로써 은행대출 위주의 자금조달 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를 제공한다.
중소기업 등이 신규로 발행한 회사채를 증권 회사가 인수한 뒤 유동화증권 발행을 목적으로 설립된 유동화전문회사(SPC)에 이를 양도한다. SPC가 양도 받은 자산을 기반으로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의 신용보강을 거치면 P-CBO가 발행된다.
업계에서는 건설업계 P-CBO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신용보증기금의 P-CBO 유동화 보증 건수는 총 1756건이며 이 중 제조업(862건)이 49%를 차지한다. 건설업 보증은 183건으로 전체의 약 10%에 해당한다.
장기 침체에 빠진 건설업 구제를 위한 정부의 금융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임기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에 대한 금융 공기업의 낮은 신용평가는 은행 등 금융권의 신뢰도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곧 건설업체 운영자금 융통과 조달금리에 대한 부담 증가로 연결돼 폐업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신용보증기금을 비롯한 여러 정책 금융기관의 지원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