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리 비롯 일본 당국 관계자 콘퍼런스에서 웹3 필요성 역설
일본 웹2 기업 웹3 진출 준비 중…“웹3, 일본 국가 전략 중 하나”
일본은 10년 전만 해도 전 세계 가상자산 거래량 70%를 담당하는 마운트곡스가 있을 만큼 크립토(가상자산) 강국이었다. 2014년 마운트곡스 해킹 사건 뒤 강한 규제로 돌아섰던 일본은 정부가 앞장서 웹3.0을 홍보하며 주도권 되찾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8일과 29일 양일간 일본 도쿄 더 프린스 파크 타워 호텔에서 개최된 일본 최대 규모의 웹3.0 콘퍼런스 ‘웹X(WebX)’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영상 축사로 행사를 시작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콘퍼런스는 일본 국내외 웹3.0 블록체인 플레이어가 모여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일본 기업과 해외 기업 간 비즈니스 협력을 가속화하는 자리라고 들었다”면서 “정부도 웹3.0 스타트업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기 위해 세제 및 법률 개정 등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웹X에도 축사를 보내며 “정부는 새로운 자본주의 개념 아래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은 사회 변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정부 차원에서 웹3.0 추진을 위한 환경정비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자민당 디지털사회추진본부 산하 웹3.0 프로젝트팀(PT)은 지난해 웹3.0 백서를 발간하며 웹3.0 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이 지난해 발간한 웹3.0 백서의 세제 개정 부분은 토큰을 이용한 펀드레이징 활성화와 개인 납세 부담 완화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백서에 따르면 스타트업 펀드레이징을 위해 단기 매매 목적이 아니라면 시장가치가 아닌 취득원가로 반영해 과세한다. 개인 과세는 기존 세율 55%에서 20%로 낮추고 분리 과세 및 손실분을 공제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웹X는 기시다 총리 외에도 여러 일본 당국자가 기조연설 및 패널토론에 참여하는 등 국내 웹3.0 콘퍼런스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기시다 총리의 영상 축사에 이어 기조연설을 한 사이토 켄 경제산업상은 “일본의 웹3.0, 블록체인 분야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전 세계 기업가 및 개발자를 불러들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기존 웹2.0 기업 역시 웹3.0 기업과의 협력을 활발히 준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웹X IP(지적재산권) 부스에는 ‘진격의거인’, ‘공각기동대’, ‘아톰’ 등 친숙한 IP들이 부스에 전시돼 있었다. ‘진격의거인’, ‘공각기동대’ 등 유명 IP를 보유한 고단샤 부스에 있던 관계자는 “당장 우리가 웹3.0 사업을 직접 진행하지는 않지만, 웹3.0 사업을 하는 곳에서 파트너십을 제안한다면 IP를 제공하고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2018년부터 웹3.0 콘퍼런스인 KBW(코리아블록체인위크)가 개최되고 있지만, 2022년 당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축사한 이후로 정부 인사들이 모습을 보인 적은 없다. 웹X 현장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한 오다 겐키 일본가상자산거래소협회(JVCEA) 의장은 “웹2.0 기업의 웹3.0 진출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웹3.0 도입을 정부가 나서서 추진한다기보단, 하고 싶은 기업은 하면 된다는 뜻”이라면서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 외에는 사실상 기업들이 원한다면 어떠한 사업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웹3.0 산업에 드라이브를 걸어온 지난달 기시다 총리는 9월에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오다 겐키 의장은 “향후 정치권에서도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차기 총리 후보들도 웹3.0 업계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웹3.0은 지금 일본 국가 전략의 하나의 포인트가 되었기 때문에 자민당 내부에서도 웹3.0 관련 발언을 해주기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