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 개최
“급발진 발생해도 브레이크 밟으면 차는 정지”
“당신이 밟고 있는 것은 가속 페달일 수 있다”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가 오해를 바로잡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급발진 의심 사고의 대부분은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것이며, 급가속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자동차를 제동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12일 서울 영등포구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를 개최했다.
강남훈 KAMA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국내외에서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고를 살펴보면 차량 결함이나 급발진으로 밝혀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며 “조사 결과 모두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것이란 게 밝혀졌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자동차 업계는 국민이 불안감을 해소하고 더욱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운전자 실수 방지 목적의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비상 자동 제동장치 등 신기술을 개발하고 신속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브레이크 시스템’ 주제발표자로 나서 “급발진은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그 확률은 로또 1등에 여러 번 당첨될 확률보다도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급발진이 발생하더라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무조건 차는 멈추게 되어 있다. 적어도 속도가 늘어날 가능성은 없고, 이상이 생겨 딱딱해진 브레이크도 강하게 밟으면 멈춘다”며 “만약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속도가 줄어들지 않으면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한 것이니 양발로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페달 블랙박스가 사고 후 판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사고를 줄이거나 예방할 수는 없다”며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을 방지하는 급발진 의심 사고 방지 장치를 의무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발진을 주장하는 운전자가 늘어나면서 사고기록장치(EDR)에 대한 신뢰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EDR은 자동차 에어백 제어 장치에 내장된 데이터 기록장치로 충격이 발생하면 충돌 5초 전부터 충돌 후 0.2~0.3초 동안의 데이터를 저장한다. 전문가들은 EDR의 신뢰도는 검증됐으며 조작 가능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최영석 원주한라대 교수는 “EDR의 오류 발생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오류가 발생하면 오류 데이터로 저장이 된다”며 “데이터가 여러 개의 제어기(컴퓨터)에 네트워크로 연동되어 있으므로 데이터를 임의로 조작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속 페달 작동이나 엔진 회전수, 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한 장치”라며 “최근에는 EDR 데이터 분석도를 높이기 위해 저장하는 데이터 항목을 추가하는 기준 개정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본부에서 16년간 근무하며 약 2400건의 교통사고 감정을 한 박성지 대전보건대 교수는 “급발진 의심 현상은 가속 케이블 고착, 플로어 매트 간섭, 엔진오일의 흡기 유입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급발진 의심 사고의 대부분은 인간의 오류(Human Error)로 발생한 사고였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급가속 현상이 발생했을 땐 브레이크만 밟으면 되지만, 문제는 운전자가 당황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당신이 지금 밟고 있는 게 가속 페달일 수 있다’는 인식만 심어줘도 사망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