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인생역전'이라는 수식어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당첨번호 6개를 모두 맞힌 1등 당첨자가 다수 나오면서 한 명에게 돌아가는 당첨금이 적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천정부지로 오르는 부동산 물가 등을 고려해 당첨금을 상향하거나 당첨금에 부과하는 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로또복권 운영사 동행복권에 따르면 7월 발표된 제1128회 로또복권 추첨에서 63명이 1등에 당첨됐다. 역대 최다 당첨 인원이다. 무더기 당첨으로 당첨금액은 1인당 4억1993억 원에 그쳤다.
부동산 등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 일각에선 "로또 1등에 당첨돼도 서울 아파트 한 채도 못산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월 기자간담회에서 "로또도 의견 수렴할 이슈긴 하다"며 "복권위원회에서 공청회 등 의견을 수렴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재부 복권위원회는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이라며 당첨금 상향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사실상 로또 당첨금 상향 가능성이 물 건너가면서 당첨금에 부과하는 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에서 복권에 당첨되면 일정 기준에 따라 세율이 나뉜다. 200만 원 초과 3억 원 이하는 22%, 3억 원을 초과하면 33%의 세금을 부과한다.
어마어마한 당첨 금액을 자랑하는 미국 로또 '파워볼'은 한국보다 더 많은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일례로 4월 초 라오스 출신 미국 이민자가 13억 달러(약 1조8000억 원)에 달하는 파워볼 1등에 당첨됐다. 미국 역사상 8번째로 큰 당첨금이지만 세금을 내고 일시금으로 받으면 6억890만 달러(약 8238억 원)에 불과하다.
미국은 5000달러(약 669만 원) 이상 당첨액을 받으면 24%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방 정부에서 원천징수한다. 복권 당첨금은 소득으로 인정돼 연방 소득세로 최고 세율인 37%를 내야 한다. 다만 워싱턴,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州)에서는 주 정부 세금을 따로 부과하지 않는다.
미국 로또인 파워볼은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 당첨금이 다음 달로 이월돼 불어나는 방식이다. 당첨금이 큰 만큼 내야 하는 세금도 많다. 파워볼은 세금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수십 년에 걸쳐 당첨금을 받을 수 있는 분할 지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세금을 내야 하는 복권 당첨금 기준이 한국보다 낮다. 스페인은 4만 유로(약 5900만 원), 이탈리아는 500유로(약 73만 원) 이상 당첨금을 받으면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원천징수한다. 반면 일본과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는 복권 당첨액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