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후보 지지 거부…내부 여론 엇갈려
2000년 이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지지
자체 조사서 해리스 31% vs 트럼프 58%
바이든 지지해 트럭노조 연기금 지원받아
미국 물류ㆍ운수 노동자를 대표하는 최대 규모 노동조합 ‘팀스터스’가 올해 대통령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 2000년 이후 꾸준히 민주당을 지지해 왔던 이들은 그동안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도 “공개 지지를 않겠다”고 확언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운수노조인 팀스터스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올해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팀스터스는 121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최대 운수 노조다. 조합원만 130만 명이 넘는 만큼, 대선을 비롯해 주요 연방정부 선거에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해온 단체다.
2000년 이후 버락 오바마ㆍ힐러리 클린턴 등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왔으나 이번 대선에서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공식 지지했다. 이후 2022년에는 트럭노조 연기금 지원 정책을 끌어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CNN은 이들이 올해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한 이유 하나로 ‘내부 여론 분열’을 꼽았다. 20년 넘게 민주 진영 후보를 공식 지지했지만, 내부 여론조사 결과 조합원의 절반 이상이 공화당(도널드 트럼프) 지지를 내비쳤다는 점이 결정 배경 가운데 하나다.
션 오브라이언 팀스터스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해리스와 트럼프 모두 노동자의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공약이 없었다”라며 “두 명의 후보 모두 ‘노조 파업권 존중’에 대해 확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팀스터스는 전체 노조원에 대한 자체 여론조사를 공개한 바 있다.
4월 9일부터 7월 3일까지 전국의 지역노조 300곳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에 나섰고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44.3%,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36.3%에 그쳤다. 당시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기 전이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된 이후에는 양상이 달라졌다. 7월 24일부터 9월 15일 사이 130여만 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치러진 전자투표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34.0%였던 반면, 트럼프가 59.6%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어 이달 대선 TV토론 이후 치러진 팀스터스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와 트럼프 지지율 모두 하락했다. 팀스터스 발표에 따르면 TV토론 이후 해리스 지지율은 31%, 트럼프는 58%에 머물렀다.
결국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온 팀스터스는 조합원 절반 이상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올해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17명으로 구성된 팀스터스 이사회 가운데 14명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사회 구성원은 3명에 불과했다.
그동안 미국 운수노조가 해리스 측을 지지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해리스 캠프는 “해리스 부통령은 대통령이 되면 팀스터스의 일반 노조원들을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캠프는 “노조원 대다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하길 원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라고 환영했다.
팀스터스와 함께 주요 노동단체로 꼽혀온 미국자동차노조(UAW)는 지난달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UAW 조합원은 약 37만 명이다.
UAW는 입장문을 내고 바이든의 후보 사퇴로 집행위원회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해리스 지지 선언 당시 “민주당 해리스 후보가 기업의 탐욕과의 전쟁에서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말하고 기업의 가격 부풀리기, 폭리, 불공정거래 관행에 맞서 싸우고 2019년 자동차 노조의 파업에 동참한 해리스 후보의 과거 이력을 높이 평가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럼프와 해리스 모두를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과 해리스의 낙태권 수호 모두 생명에 반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미국 유권자들에게 차악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