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마차 모양…최고시속 29km
한국 최초 전기차는 기아 베스타 EV
86 아시안게임 맞춰 페이스카로 등장
배터리 18개 연결하고 모터 맞물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일본은 후발주자다. 한국과 독일, 미국 브랜드보다 뒤늦게 출발했다. 다만 문헌에 따르면 일본 전기차 역사는 19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최초의 전기차는 1986년, 아시안게임에 맞춰 당시 기아산업이 만든 프로토타입이 처음이다.
21일 기아자동차 50년사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 등에 따르면 전기차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역사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먼저 일본에서 처음으로 전기차가 일반도로 주행을 시작한 것은 1900년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해온 일본인들이 일왕 결혼식에 맞춰 미국산 전기차 ‘빅토리아’를 선물한 게 최초다.
최초의 일본산 전기차는 1911년 등장했다. 미국산 전기차를 분해해 만들었다. 이름은 델루코 전기차. 1922년에 열린 박람회에 출품되며 첫 일본산 전기차로 기록됐다.
한편 일본 최초의 자동차는 전기차보다 10여 년 앞서 프랑스 선교사가 1898년 가져온 자동차다. 참고로 우리나라 고종황제의 '어차'는 1903년에 들어왔다.
한국 최초의 전기차는 1986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공개된 기아산업 베스타였다. 양산되지 않았던, 선행기술을 목적으로 제작한 프로토타입이다.
마라톤 TV 생중계용을 비롯해 선두보다 앞서 달리며 지붕에 커다란 세이코 시계를 얹은 페이스카 등으로 활약했다. 선두그룹이 달리면서 페이스카의 매연을 들이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컸다.
구체적인 주행거리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마라톤 전 구간(42.195km)은 물론 100km 가까이 주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터리는 병렬식으로 짰다. 요즘 같은 배터리팩은 기대할 수도 없었다.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에 쓰는 12V 배터리 9개를 각각 병렬로 연결해 모두 18개의 배터리로 구동했다.
기아 베스타 EV는 판매 또는 기술개발의 목적이 아니었다. 당시 기아산업은 일본 마쓰다가 개발하고 기아가 생산한 소형차 프라이드를 미국 포드 OEM으로 수출했다. 미국에 신차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 대기정화법에 따라 완전 무공해 신차 생산기술을 지녀야 했었다.
이 무렵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 역시 하나둘 친환경 전기차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나섰다. 현대차 역시 1991년 2세대 쏘나타를 바탕으로 한 전기차 프로토타입을 공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