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밸류업 목적 아닌 과정…자본비용 고려해야”

입력 2024-09-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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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가 20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서울 여의도에서 주최한 ‘밸류업 중간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혜원 기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는 주주환원 정책은 기업가치 제고의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배당과 같은 주주환원은 유일한 정답이 아니며, 기업별 자기자본비용(COE)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20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서울 여의도에서 주최한 ‘밸류업 중간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 “기업들이 밸류업이 곧 주주환원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주주환원이나 재투자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기업가치와 시가총액을 올리는 것이 밸류업”이라며 “밸류업은 COE가 얼마인지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COE보다 높으면 재투자가 바람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주자본비율뿐 아니라 총주주수익률(TRS)을 고려해야 한다”며 “투자자 보호가 잘 돼 있지 않은 한국은 재투자보다 주주환원이 기업가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COE는 기업이 주주들에게 요구하는 수익률로, 주주들이 기업에 투자할 때 기대하는 최소한의 수익률이다. 총주주수익률은 주주들이 투자한 주식에서 얻는 수익을 일컫는다.

김 교수는 밸류업 계획 모범사례로는 메리츠금융지주를 꼽았다. CEO와 TSR을 고려한 계획을 발표한 점이 돋보인다는 설명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7월 밸류업 공시에서 자본비용을 10% 수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자본비용보다 ROE가 높으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보다 크고 한국은 ROE가 요구수익률 또는 자본비용보다 낮다”고 진단했다.

김규식 변호사는 “순이익은 성장을 위한 모든 재원이 차감된 숫자로 오직 주주에 귀속될 이익”이라며 “이연된 주주 이익을 중간에 탈취하는 불공정한 합병, 경영권 프리미엄, 물적 분할·중복 상장 등은 근절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상법 개정 필요성을 거론하며 “부동산투자회사법상 리츠(REITs)를 인가할 때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 시스템을 갖췄는지를 심사한다”며 “일반 상장 기업은 이사회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없다고 한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대법원 판결로 주주 수탈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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