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부정적 심리에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시총 120조 증발
투자자 관심 결국 '실적'…반도체 업황 풍향계 역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50bp(1bp=0.01%포인트)나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지만, 국내 증시는 크게 반등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경기침체가 없음을 강조했음에도 증시가 부진한 이유는 코스피 시장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반도체 종목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이에 지수 향방은 이번 달 26일 예정된 미국 마이크론 실적부터 10월 초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발표 등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지수는 전주 대비 17.96포인트(0.70%) 오른 2593.37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은 빅컷 이후 S&P500지수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등이 신고가를 경신한 것에 비하면 상승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이었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15.13포인트(2.06%) 오른 748.33에 마감해 코스피보다 상승세가 나쁘지 않았다.
코스피 상승세가 제한된 것은 반도체의 영향이 크다.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21% 수준으로, 이들 종목이 크게 내린다면 그만큼 상승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지난주에 나온 반도체 업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한 투자은행(IB)의 보고서 영향이 컸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기존 26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50% 이상 하향 조정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목표주가 역시 기존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30% 가까이 낮췄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주 각각 2.17%, 3.50% 하락하며 코스피 상승세를 막았다.
시가총액 감소치도 지난 한 달간 120조 원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21일 467조4339억 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시총은 지난 20일 기준 376조963억 원으로 91조3376억 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140조2132억 원에서 114조3691억 원으로 25조8441억 원 줄었다. 두 종목을 합해보면 117조1817억 원이 한 달 새 증발한 것이다.
한편, 증권가에선 투자자의 관심은 결국 ‘실적’이라면서, 마이크론의 4분기(6~8월) 실적과 이후 이어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종목들의 실적 발표가 반도체 업황의 풍향계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미국·일본 등의 통화정책 이벤트를 무난히 소화한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은 다음 달 어닝 시즌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는 반도체 시장의 동향을 엿볼 수 있는 이벤트인 동시에 반도체 업황의 풍향계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