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요청한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 요청에 대해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의료개혁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만찬이 분위기 쇄신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여당 안에선 독대 요청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졌다.
23일 한 친한계 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두 분의 독대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추석은 넘겼지만, 의사가 일부 구속되거나 내년 무더기 유급 사태 등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의대정원과 관련해서만이라도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며 의료계 이야기도 전달하고, 대통령 말씀도 들어보고 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른 친한계 의원도 “만찬만 하신다면 오픈된 공간인 만큼 의제가 제한되기도 하고, 이렇다 할 결론이 없더라도 두 분이서 대화하시며 하실 수 있는 게 있다”고 본다“며 ”독대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다만 당내에서도 독대 요청 자체도 별도의 사안인 데다 결정이 되지도 않았는데 보도가 먼저 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야당에서는 탄핵 정국에 군불을 때고 있는데, 당과 대통령실이 갈등을 빚는 게 된 것 아니겠나”라며 “한 대표와 대통령 두 분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대는 따로 하는 것 아닌가. 비공식 소통도 가능한데 만찬을 앞두고 독대를 요청한 것도 이례적인데 먼저 보도까지 나온 상황”이라며 “당정의 공멸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KBS라디오에 “(독대 요청이) 사전에 공개되는 것은 좀 이례적인 일”이라며 “곤혹스러운 상황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내다봤다. 김 최고위원은 “통상적으로는 대통령과 만나서 이런 대화가 있었다고 추후에 공개하면 훨씬 신뢰성도 높아지고 좋아질 것”이라며 “사전에 공개가 됨으로써 양쪽 다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은 좀 안타깝다”고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독대는 그렇게 떠벌리고 하는 것이 아니다”며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독대가 아니라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다. 홍 시장은 “당 장악력이 있어야 믿고 독대하지, 당 장악력도 없으면서 독대해서 주가나 올리려고 하는 시도는 측은하고 안타깝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주말 동안 “상황을 지켜보자”며 즉답을 피한 데 이어 이날 오후에는 “별도로 합의할 사안”이라며 사실상 독대 요청을 거절했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은 만찬 사흘 전인 21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다만 독대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도가 나오면서 대통령실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감지됐고, 당정 간 미묘한 신경전이 불거졌다. 당 지도부 측에서는 문제가 된 독대 요청 공개에 대해 “상대가 있는 사안인 만큼 독대 요청 여부를 함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