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게임 매출액 전년비 10.9% 감소…게임산업 종사자 수도 전년비 0.6%↓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게임업계가 인력을 줄이며 허리띠를 바싹 졸라매고 있다. 코로나19 특수로 연봉 인상 경쟁을 벌이고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섰던 게임사들이 엔데믹 이후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자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인력을 줄이는 것이다.
24일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주요 게임사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팬데믹 이후 급증했던 직원 수는 신작의 부진, 가상현실(VR)·블록체인 등 신기술 동력 악화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게임사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코로나 특수 때 대거 채용했던 인력을 줄이는 동시에 게임 개발 직군에서도 채용 공고 자체를 줄이거나 경력직 중심으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3755명이었던 엔씨소프트 직원수는 펜데믹 이후 매년 증가해 지난해 5023명에 육박했다. 하지만 엔씨는 쓰론앤리버티, 호연 등 신작이 잇달아 흥행에 실패하면서 대대적 조직개편과 체질개선 작업을 시행해 1분기 4802명, 2분기 4762명까지 인력을 감축했다. 앞서 엔씨는 2012년 인수한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를 청산하고 ‘트릭스터M’, ‘프로야구H2’, ‘퍼즈업 아미토이’ 등 일부 부진 게임의 서비스 종료했다. 엔씨는 올해 말까지 본사 직원 규모를 4000명대 중반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웹툰 IP 기반 액션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로 고성장 중인 넷마블도 한 차례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메타버스를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육성했던 넷마블은 직원수가 2022년 839명까지 늘어났다. 넷마블은 7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이자 수익성이 낮은 메타버스 사업을 정리하며 직원수가 올해 2분기 769명까지 줄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 601명이었던 펄어비스의 직원수는 팬데믹 이후 728명까지 증가했다가 현재 645명(2분기 기준)으로 감소했다. 위메이드도 2020년 107명에서 지난해 579명까지 대폭 증가했지만 올해 1분기 542명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게임사들의 인력 감축 행보는 게임산업의 역성장 기조와 무관치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게임 매출액은 약 9조398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게임산업 종사자 수도 8만2000여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0.6% 줄었다.
급상승한 인건비와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게임사들은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과감하게 서비스를 종료하고 흥행 가능성이 높은 믿을만한 IP(지식재산권) 기반 게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엔씨는 지난해 9월 선보인 퍼즈업 아미토이를 출시 11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수익성이 기대치에 못 미치자 차기작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효자 IP인 ‘리니지’로 경쟁력을 강화해 실적을 반등하겠다는 계획이다. 리니지 IP 기반으로 개발 중인 ‘저니 오브 모나크’는 4분기 출시 예정이다.
넷마블도 지난달 대표 IP 게임인 ‘세븐나이츠’와 ‘세븐나이츠레볼루션’ 서비스를 종료했다. 세븐나이츠는 출시 직후 글로벌 시장에서 다운로드 6000만 회를 달성하며 넷마블의 효자 게임으로 자리 잡았으나 출시한 지 10년이 지나면서 밸런스,인력 수급 등의 문제 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하자 가차 없이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한 것이다. 대신 세븐나이츠 IP를 계승하기 위해 원작의 감성을 살린 후속작 세븐나이츠 리버스를 개발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신규 IP를 확보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는 시기에는 당장 캐시카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게임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인건비 부담이 높아진 만큼 흥행 가능성이 큰, 경쟁력 있는 게임에 빠르게 인력을 재배치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