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ㆍ맥도날드 등 버거 업계, 매장가격-배달가격 차등 적용 중
쿠팡이츠 “고객 배달비 업주에 전가 안해”
소비자단체 “합리적 선택 방해…고물가 부추겨”
배달 수수료가 오르면서 같은 메뉴라도 배달할 땐 매장보다 더 비싼 가격을 적용하는 '이중 가격제'가 확산하고 있다. 그동안 가맹점 차원에서 이중 가격을 책정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본사가 나서 공식 도입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중 가격 자체는 법 위반 소지가 없지만, 고물가를 부추기거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할 소지가 있어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맥도날드, 롯데리아, KFC 등 주요 버거 프랜차이즈들은 최근 매장과 배달 서비스의 가격을 달리 책정하는 이중 가격제를 도입했다. 특히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24일부터 매장과 배달 서비스 가격을 분리해 운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표 메뉴인 '리아 불고기', '리아 새우' 버거는 매장 식사 시 4800원에 구매할 수 있지만 배달 주문하면 5600원으로 800원 비싸진다. 롯데GRS는 전체적으로 매장과 배달 메뉴의 가격 차이는 단품의 경우 700~800원, 세트는 1300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리아에 앞서 맥도날드와 KFC는 이미 이중 가격제를 시행 중이었다. 구체적으로 맥도날드 '빅맥세트'는 배달 주문 시 매장 판매가보다 1300원 더 비싸다. 맥도날드의 경우 이중 가격제 시행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소비자 알권리와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최근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을 통해 안내문을 공지하기도 했다.
KFC도 3월 이중 가격제를 2년여 만에 다시 도입했다. 버거 프랜차이즈 외 이중 가격제를 공식화한 곳은 아직 없지만 배달 플랫폼들이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외식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란 관측이다.
외식 업체들은 배달 플랫폼 수수료가 오르면서 가맹점 수익 보호를 위해 이중 가격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롯데리아의 경우 배달 플랫폼을 통해 주문 시 배달 수수료ㆍ중개료ㆍ배달비 등 제반 비용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최근 들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무료배달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그동안 소비자가 분담하던 배달 비용을 음식점 업주가 그대로 떠안게 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이중 가격제 도입이 타당하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적정한 가격을 책정할 권리는 판매 당사자에 있는 만큼 매장과 배달 가격에 차이를 두는 것 자체가 위법은 아니지만,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곽도성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팀장은 "'배달비 무료'라는 홍보를 믿고 플랫폼 사업자를 선택한 소비자들은 이중 가격으로 결국 배달비를 부담하게 되는 꼴"이라며 "제품에 배달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합쳤기에 소비자는 제품의 원래 가격을 알 수 없게 됐고 이는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받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중 가격제가 전반적인 고물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이중 가격제가 가격 상승의 방향으로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며 "배달 비용이 과하게 커져 고물가가 지속하면 소비자는 결국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선택을 할 수도 있어 전반적인 외식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이중 가격제를 모르는 소비자들도 많기 떄문에 업체들이 가격 차이를 정확하게 표시해야 한다"며 "이중 가격을 도입하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물가 급등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배달 플랫폼들은 무료배달 서비스에 따른 부담을 업주에 전가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이중 가격제를 도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이중 가격제가 배달 업체 전반의 문제인 것처럼 오인되고 있다"며 "와우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무료배달 혜택은 고객 배달비 전액을 쿠팡이츠가 부담하며, 업주에게는 어떠한 부담도 전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