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서 ‘조력 사망’ 캡슐 첫 사용…“안전 기준 현행법상 충족 안 돼”

입력 2024-09-2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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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검찰, 자살 유도 및 자살 방조 혐의로 소송
사르코 제작한 필립 박사 “정확히 작동해 기쁘다”

▲저산소증으로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안락사 캡슐 사르코. 노트르담(네덜란드)/AP뉴시스

스위스에서 버튼을 누르고 들어가면 5분 내 사망하는 ‘조력 사망’ 캡슐이 처음 사용됐다. 다만 스위스에서 해당 기기가 현행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현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샤프하우젠주의 한 사유지에서 64세 미국 여성이 캡슐 ‘사르코(Sarco)’를 사용해 스스로 숨을 거뒀다. 관련 제보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캡슐 사용에 관여한 이들의 신병을 확보했으며, 샤프하우젠주 검찰은 검거된 이들을 ‘자살 유도와 방조 혐의’로 형사소송을 제기했다.

사르코는 조력사망과 안락사 합법화를 주장하는 국제 비영리 단체 엑시트인터내셔널 설립자인 필립 니슈케 의학 박사가 제작했다. 사용법은 캡슐에 들어가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순간적으로 내부의 질소 농도가 짙어지면서 5분 내로 고통 없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 비용은 18스위스프랑(약 2만8000원)에 불과하다.

앞서 7월 스위스의 안락사 관련 비영리단체 라스트 리조트는 조만간 사르코의 첫 사용 사례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은 라스트 리조트의 공동 대표 플로리안 윌렛이 유일했으며, 단체 측은 사르코의 첫 사용자가 죽음에 이른 과정을 두고 "평화롭고, 빠르고, 품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필립 니슈케 박사는 "사르코가 설계된 대로 정확하게 작동해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스위스는 조력 사망을 허용하고 있다. 조력 사망은 치료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직접 약물 투여 방식으로 스스로 죽음을 맞는 행위로 의료인이 약물을 처방하는 안락사와는 구분된다. 다만 사르코는 스위스 정부로부터 제품 안전 기준이 현행법에 부합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정식 허가를 받지 못했다.

현지 경찰은 현장으로 출동해 기계를 확보했다. 수습된 시신은 부검이 이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여성은 최근까지 면역계 질환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던 것 외에는 정확한 신상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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