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기록적 자금 회수와 대조적
석유·인프라·청정에너지 관심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시장 정상화 기대”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중동 기업의 인수합병(M&A)과 투자 등 중화권 거래 규모는 이미 90억 달러(약 12조 원)에 달해 사상 최대치 기록을 세웠다. 관심 분야로는 석유, 인프라, 청정에너지가 꼽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이러한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무바달라인베스트먼트는 중국계 사모펀드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이 주도한 컨소시엄에 들어가 다롄완다그룹 쇼핑몰 관리 부문 인수를 위한 총 83억 달러 규모의 거래에 참여했다. 중국 PC 제조업체 레노버는 5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자회사인 알랏에 20억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도 중국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람코는 지난해 룽성석유화학 지분 10%를 인수한 데 이어 중국 내 더 많은 화학 공장에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6월에는 프랑스 르노와 중국 저장지리차의 합작사인 호스파워트레인 지분 10% 인수 계획을 밝혔다.
이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중국을 외면하는 것과는 정 반대 행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경기둔화, 지정학적 긴장, 규제 강화, 시장 변동성 등을 이유로 중국에 대한 투자와 지출을 줄이고 있다. 중국에 집중하던 펀드들도 동남아시아, 일본, 호주,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분기 중국에서 150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 자금을 회수했다.
마유란 엘라링엄 도이치방크 아시아·태평양 지역 투자은행 커버리지&자문 부문 대표는 “중국 자산의 밸류에이션은 아·태 지역에서 가장 매력적”이라며 “중동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 시장이 정상화할 것이라는 관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국부펀드는 주머니가 두둑하며 아시아에서 흥미로운 비즈니스를 찾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사무엘 김 도이치방크 한국 대표 겸 아·태 지역 M&A 담당 회장은 “지정학적 긴장은 중국에 투자하려는 중동 펀드에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중동 국부 펀드가 인수를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황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유대 관계도 강화되고 있다. 리창 중국 총리는 이달 초 사우디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환대를 받았다. 그는 “석유 및 가스, 석유화학, 인프라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동 국가들은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자 청정에너지와 제조업, 기술, 관광 등 여러 분야로 경제 다각화를 꾀하고 있어 중국을 눈여겨 본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견제에 직면하는 등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중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중동 펀드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